한국의 전반적인 국가경쟁력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치와 노동시장의 경쟁력은 여전히 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노동시장의 선진화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산업정책연구원(IPS)은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2011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에서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19위로 지난해 21위에서 두 계단 상승했다. 중국은 지난해와 같은 15위로,2007년 처음 한국을 추월한 뒤 꾸준히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기업가와 전문가 경쟁력에서 앞섰지만 정치인 및 관료,근로자 경쟁력,부존자원 요인에서 중국에 밀렸다.
평가 대상 67개국 중 싱가포르와 미국이 지난해에 이어 나란히 국가경쟁력 1,2위에 올랐다.
3~5위는 캐나다와 스웨덴,홍콩이 차지했다. 도시국가를 제외한 아시아 주요 경쟁국 가운데선 중국이 15위로 가장 순위가 높았고 대만이 17위로 한국을 앞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18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22위로,역대 최고 성적을 냈지만 노동시장 관련 항목에서는 줄줄이 최하점을 받았다.
# 한국 경쟁력 높인 것은 '기업'
한국은 국가경쟁력 순위가 처음 집계된 2001년 이후 10년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21~25위권에 머물다가 올해 처음으로 2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산업정책연구원 보고서는 한국의 순위 상승 요인으로 차별화된 산업 전략을 꼽았다.
저가 제품과 노동집약 산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기업가와 경영여건 항목에서 각각 13위와 17위를 기록하며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경영여건 항목의 세부 평가 기준인 국제 경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장 규모와 질을 평가하는 수요조건 항목에선 중국(14위)보다 높은 6위에 올랐다.
# 노동시장, 정치부문 여전히 취약
노동 시장과 정치가 · 관료 부문은 약점으로 지적됐다.
노동 시장 세부평가 기준 중 노동 생산성 항목은 9위로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지만,노동시장 개방과 노조 문제에선 각각 46위와 37위에 오르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정치가 · 관료 부문에선 40위로 일본(23위)은 물론 중국(18위)에도 밀렸다.
연구를 맡은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존자원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요인인 만큼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정치인 및 관료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정치와 정부 운영이 과제"라고 말했다.
IMD가 평가한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008년 31위,2009년 27위,2010년 23위로 3년 연속 올랐지만 노사관계 생산성(53위),해고비용(49위),고위 간부의 경쟁력(52위) 등 노동시장 관련 항목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관세장벽(54위),국제투자(53위),물가(52위) 항목도 여전히 취약했다.
# 중국, 일본과 한국 앞질러
경쟁국인 중국은 2001년 45위에서 올해 15위로 30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2007년 한국에 이어 2009년에는 일본까지 제치는 등 동아시아에서 가장 국가 경쟁력이 높은 국가로 부상 중이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을 토대로 꾸준하게 수출산업을 육성하고 내수시장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정치인 및 관료(18위),근로자(2위),부존자원(3위) 경쟁력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노동시장 개방 항목에선 18위를 기록,한국(46위)과 일본(63위)에 비해 모두 높았다.
하지만 경영여건(27위)과 전문가 집단 항목(30위)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중국이 최근 저비용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산업 고도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의 단순 가공무역 비중은 산업 고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2006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수출 가운데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54.7%에서 지난해 46.9%로 떨어졌다.
# 일본은 매년하락...싱가포르 1위
일본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중국 한국과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인도에 자리를 내주며 23위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졌다. 기업가 부문의 점수 부진이 두드러졌다.
일본은 기업가 부문에서 48위를 기록,한국(13위)과 중국(28위)에 크게 뒤졌다.
기업가 경쟁력(53위),신규 사업(59위),창조적인 아이디어(60위) 등 대부분의 세부 평가 기준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일본 기업들이 기존의 사업 모델을 고수하고 미래 사업 발굴과 신기술 개발에 소홀했던 것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 하락을 불러왔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평가 대상 67개국 중 싱가포르는 100점 만점에 65.66점을 얻어 지난 해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꼽혔다. 홍콩은 59.91점으로 지난해 6위에서 올해 5위로 한 계단 올랐다.
IPS는 싱가포르와 홍콩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경영 여건과 시장 조건을 꼽고 있다. 기업의 전략 및 지배구조 · 노사관계 · 부패 등 전반적인 기업환경이 양호한데다 해외직접투자(FDI) 등에 개방적이어서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