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PEF(사모투자전문회사) · 휠라코리아 컨소시엄의 아큐시네트 인수는 2004년 말 국내에 PEF가 선보인 후 6년여 만의 쾌거로 평가된다. PEF가 주도해 컨소시엄을 만든 다음 세계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PEF의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PEF는 외환위기 이후 해외 PEF의 국내 진출에 대한 대항마로 도입됐다.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을 통해 기업인수 목적의 사모펀드인 투자전문회사 설립이 허용됐다.

국내 1호 PEF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주도했다. 2004년 12월27일 선보인 PEF인 '미래에셋파트너스1호'가 최초다. 1400억원 규모로 설립된 이 PEF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운용을 맡았다. 미래에셋캐피탈 신우 성진지오텍 등 6개 기업에 투자해 144%의 수익률을 남긴 뒤 지난해 5월 청산됐다. 활동했던 5년5개월간 내부수익률(IRR)은 연 18.3% 수준이다.

미래에셋에 이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이끄는 보고펀드,김병주 전 칼라일그룹 아시아 회장이 주도한 한 · 중 · 일 합작펀드인 MBK파트너스,벤처신화 권성문 KTB증권 회장이 이끄는 KTB네트워크의 사모M&A펀드 등 다양한 PEF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지난 4월 말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PEF는 164개다. 이들에게 투자를 약속한 출자약정금액은 27조6000억원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255억달러 수준이다.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의 운용 자산(1043억달러)에 비하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적도 별 볼일 없다. 작년 3월 MBK파트너스가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놀이공원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을 인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순수 토종 PEF들은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다. 사실상 순수 토종 PEF의 글로벌 기업 M&A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PEF가 글로벌 시장으로 뛰어드는 데 한계가 많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을 비롯해 10여개 법률에서 사모펀드 규정을 두고 있다"며 "사모펀드 관련 규정을 단순화하고 규제를 완화해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근모 삼정KPMG 대표는 "국내 PEF가 해외 네트워크를 보강하고 글로벌 M&A 관행에 익숙해져야만 이번 같은 딜이 계속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