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 이후부터 담배 판매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지하 1층에 위치한 매점을 운영하는 관계자의 말이다.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잇는 금융감독원 매점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의 담배 판매가 급격히 늘어난 시점은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한 직원들의 비리 혐의가 포착되면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한 때와 궤를 같이 한다.

최근 금감원의 인사 개편전 저축은행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던 모 직원은 "저축은행 담당하는 직원들 중 비흡연자들도 담배를 피는 모습을 목격했다"면서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흡연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4월 들어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감독 기관의 부패에 대해서 국민들의 여론도 급속히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권혁세 금융감독원 원장은 사태의 심각을 깨닫고 지난 4월말 "최근 직원들의 잇따른 비리혐의와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사전 예금인출에 대한 대응 미흡 등으로 인해 국민적 여론악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금감원 직원들의 정신상태 무장을 강조한 바 있다.

권 원장은 당시 "임직원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남을 탓하기 보다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금감원의 신뢰 회복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금감원은 5월초 전·현직 임직원의 금융회사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쇄신방안을 발표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도 불신의 눈초리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금감원을 불시에 찾아 금감원의 오래된 관행과 안일한 정신 상태에 대해서 질타하고 강도높은 개혁 작업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오던 관례에 비춰어 봤을때 금감원이 스스로 개혁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히면서 국무총리실 주도로 외부에 의한 금감원의 개혁작업을 추진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불신과 국민의 불신이 계속해서 커져가면서 금감원 임·직원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금감원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때 까지는 금감원 흡연 구역 내 흡연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