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ech-고미술] "가짜가 고미술시장 발목…'감정 파수꾼' 1000명 육성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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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가짜와의 전쟁'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
짝퉁제작 갈수록 정교…전문가도 종종 속아
투명성 더 높아져야 고미술시장 꾸준히 성장
짝퉁제작 갈수록 정교…전문가도 종종 속아
투명성 더 높아져야 고미술시장 꾸준히 성장
"도자기 고서화 등 고미술품은 선조들의 DNA가 들어 있는 문화 유산입니다. 새로운 문화의 씨앗을 키워내는 밑거름이기도 하고요. 가짜가 판친다면 누가 고미술품에 관심을 갖겠습니까. 고미술업계도 이제 정말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중국은 송대 글씨 한 점이 770억원에 팔리는 등 시장이 활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20년 가까이 불황에 빠져 있어야 되겠습니까. "
올 하반기에 고미술품 '제2차 가짜와의 전쟁'을 준비 중인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63 · 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재는 돈 많은 사람이나 특수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란 인식을 가질 때가 됐다"면서 "장롱 속에 넣어둔 개인 소장 문화재를 기꺼이 내놓을 수 있도록 업계가 신뢰를 되찾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미술 시장 지금이 바닥
그는 고미술품이 지난 15년간 불황으로 가격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안목에 따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까지 갖춰 감정 체계와 유통 시스템을 보완하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AT옥션을 비롯해 아이옥션,옥션 단,아트뱅크 등 고미술품 전문 경매회사들이 잇달아 생긴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 조상들의 멋과 지혜가 담긴 고서화나 도자기를 잘 사면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자산 증식에도 도움이 되지만 잘못 투자하면 적지 않은 손실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보는 안목을 갖추고 시장의 원리와 흐름을 잘 짚어내야 성공할 수 있지요. "
김 회장은 "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전통 문화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한국도 이제부터 외국 작품보다 우리 것에 애착을 갖기 시작할 때"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고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30~40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별 거래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것이라고.
그는 "고미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누구나 쉽게 자기 그림을 팔고,고객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가 세운 기준은 세 가지.어떤 형태이든 컬렉터에게 가치를 줘야 하고,시장의 투명성을 키워야 하며,모든 사람에게 전통문화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미술 감정전문가 1000명 육성
그가 지난 4년간 고미술 감정 전문가를 양성하고 고미술품의 진위 구별이나 가치판단 능력을 길러주는 16주 과정의 고미술 문화대학 감정아카데미 운영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감정아카데미를 개설했더니 은행과 증권사 임원,교수,변호사 등 각계 각층에서 뜨겁게 호응하며 수강 신청자가 정원을 훨씬 넘어섭니다. 학기마다 수강자 선발에 애를 먹고 있어요. 올해로 고미술 감정아카데미를 수료한 회원만 1000명을 넘었습니다. 이들이 한국 고미술 시장의 파수견 노릇을 할겁니다. 내년 초에는 고미술 전문문화대학을 열까 고민 중이고요. "
김 회장은 특히 시장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짝퉁을 몰아내기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제2차 가짜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가짜가 워낙 교묘하고 해마다 새로운 가짜 제작 기법이 나와 진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아요. 전문가들도 종종 속아 가짜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짜 낙관을 1000개나 갖고 있는 고미술상도 있어요. 옛날 그림이나 글씨에다 가짜 낙관을 찍는'후낙' 수법을 쓰거든요. "
실제 가짜 문화재 제작 수법은 손으로 직접 만드는 방식부터 컴퓨터 등을 이용하는 방식까지 다양하다. 날이 갈수록 정교해져 문화재 전문가들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김 회장은 "가짜 그림을 만드는 대표적 수법으로는 베끼기(특정 작품을 한지에 똑같이 모사),앞장 뒷장 떼기(그림을 물에 불려 두 장으로 분리),낙관 바꿔치기,가짜 도자기를 만들어 값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만든 가짜는 수리하는 과정이 아니고서는 가짜임을 확인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중국과 북한에서 만든 가짜 고미술품이 국내에 들어와 유통되면서 고미술 시장이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품을 가짜로 감정해 귀중한 문화재를 해외로 유출한 경우도 있다고.
김 회장은 시가 100억원대의 문화재급 도자기 오족용준(五足龍樽 · 용이 그려진 항아리)이 가짜로 둔갑해 2009년 12월26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내 고미술 유통업자가 귀중한 문화재를가짜로 속여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조모씨로부터 1억5000만원에 사들인 뒤 일본 유명 골동품상 사카모토 가즈지(67)에게 100억원 이상을 받고 팔아 넘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술품 복원 사기극을 다룬 영화 '인사동 스캔들'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음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증도가자 공개에도 악의적인 흠집내기
그는 지난 1년 동안 강진청자박물관 유물 고가 매입 논란을 비롯해 중국 내 고구려 고분벽화의 국내 유입설,세계 최고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 발견 등 고미술품 관련 뉴스의 핵심 당사자로 부각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공개한 '증도가자'는 '직지'(1377년) 활자보다 130년 앞서는 금속활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라는 의혹이 따랐다.
"활자는 개성에서 출토된 것으로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다가 15년 전부터 국내로 들어온 것입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것을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한자리에 모아 연구 결과와 함께 공개했고요. 증도가자의 제작 연도에 대해 진척된 연구 결과가 나온 걸 보면 악의적인 흠집내기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
실제 한국지질연구원에 이어 일본의 한 연구기관에서도 활자에 남아 있는 먹을 탄소 측정한 결과 고려시대의 것으로 밝혀져 적어도 '가짜 의혹'은 벗어났다. 조만간 또 다른 국내 연구기관의 측정 결과도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의 장천(長川) 1호분과 삼실총(三室塚) 고구려 고분벽화 도굴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것에 대해 그는 "중국 정부가 '한국고미술협회 고위 간부'에 의해 한국으로 넘어간 고구려 벽화 반환에 협조해 달라며 한국 정부에 보냈다는 공식 서한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망신입니다. 나는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해 진상을 밝혀 범인뿐 아니라 배후세력까지 찾아내야 합니다. "
전남 강진군이 도자기 '청자상감연국모란문과형주자'(2007년 · 10억원)와 '청자상감모란문정병'(2009년 · 10억원) 두 작품을 터무니없는 고가에 구입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최근 강진청자 사건은 사법적인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이 청자의 원래 소장자인 이모씨 통장에서 청자 매매를 주도한 최모씨 통장으로 1억2500만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기소했어요. "
김 회장은 1997년부터 고미술협회장을 다섯 번째 연임한 다보성 갤러리 대표.그는 그동안 고서화 도자기 등 문화재 매매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데 앞장섰다. 2006년에는 회원사들의 고미술품 유통 및 거래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2003년에는 헌법재판소에 '도난문화재를 무조건 보유자로부터 몰수하도록 한 문화재보호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 '보유 경위를 안 따지고 몰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얻어내기도 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올 하반기에 고미술품 '제2차 가짜와의 전쟁'을 준비 중인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63 · 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재는 돈 많은 사람이나 특수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란 인식을 가질 때가 됐다"면서 "장롱 속에 넣어둔 개인 소장 문화재를 기꺼이 내놓을 수 있도록 업계가 신뢰를 되찾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미술 시장 지금이 바닥
그는 고미술품이 지난 15년간 불황으로 가격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안목에 따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까지 갖춰 감정 체계와 유통 시스템을 보완하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AT옥션을 비롯해 아이옥션,옥션 단,아트뱅크 등 고미술품 전문 경매회사들이 잇달아 생긴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 조상들의 멋과 지혜가 담긴 고서화나 도자기를 잘 사면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자산 증식에도 도움이 되지만 잘못 투자하면 적지 않은 손실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보는 안목을 갖추고 시장의 원리와 흐름을 잘 짚어내야 성공할 수 있지요. "
김 회장은 "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전통 문화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한국도 이제부터 외국 작품보다 우리 것에 애착을 갖기 시작할 때"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고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30~40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별 거래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것이라고.
그는 "고미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누구나 쉽게 자기 그림을 팔고,고객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가 세운 기준은 세 가지.어떤 형태이든 컬렉터에게 가치를 줘야 하고,시장의 투명성을 키워야 하며,모든 사람에게 전통문화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미술 감정전문가 1000명 육성
그가 지난 4년간 고미술 감정 전문가를 양성하고 고미술품의 진위 구별이나 가치판단 능력을 길러주는 16주 과정의 고미술 문화대학 감정아카데미 운영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감정아카데미를 개설했더니 은행과 증권사 임원,교수,변호사 등 각계 각층에서 뜨겁게 호응하며 수강 신청자가 정원을 훨씬 넘어섭니다. 학기마다 수강자 선발에 애를 먹고 있어요. 올해로 고미술 감정아카데미를 수료한 회원만 1000명을 넘었습니다. 이들이 한국 고미술 시장의 파수견 노릇을 할겁니다. 내년 초에는 고미술 전문문화대학을 열까 고민 중이고요. "
김 회장은 특히 시장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짝퉁을 몰아내기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제2차 가짜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가짜가 워낙 교묘하고 해마다 새로운 가짜 제작 기법이 나와 진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아요. 전문가들도 종종 속아 가짜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짜 낙관을 1000개나 갖고 있는 고미술상도 있어요. 옛날 그림이나 글씨에다 가짜 낙관을 찍는'후낙' 수법을 쓰거든요. "
실제 가짜 문화재 제작 수법은 손으로 직접 만드는 방식부터 컴퓨터 등을 이용하는 방식까지 다양하다. 날이 갈수록 정교해져 문화재 전문가들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김 회장은 "가짜 그림을 만드는 대표적 수법으로는 베끼기(특정 작품을 한지에 똑같이 모사),앞장 뒷장 떼기(그림을 물에 불려 두 장으로 분리),낙관 바꿔치기,가짜 도자기를 만들어 값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만든 가짜는 수리하는 과정이 아니고서는 가짜임을 확인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중국과 북한에서 만든 가짜 고미술품이 국내에 들어와 유통되면서 고미술 시장이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품을 가짜로 감정해 귀중한 문화재를 해외로 유출한 경우도 있다고.
김 회장은 시가 100억원대의 문화재급 도자기 오족용준(五足龍樽 · 용이 그려진 항아리)이 가짜로 둔갑해 2009년 12월26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내 고미술 유통업자가 귀중한 문화재를가짜로 속여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조모씨로부터 1억5000만원에 사들인 뒤 일본 유명 골동품상 사카모토 가즈지(67)에게 100억원 이상을 받고 팔아 넘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술품 복원 사기극을 다룬 영화 '인사동 스캔들'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음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증도가자 공개에도 악의적인 흠집내기
그는 지난 1년 동안 강진청자박물관 유물 고가 매입 논란을 비롯해 중국 내 고구려 고분벽화의 국내 유입설,세계 최고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 발견 등 고미술품 관련 뉴스의 핵심 당사자로 부각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공개한 '증도가자'는 '직지'(1377년) 활자보다 130년 앞서는 금속활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라는 의혹이 따랐다.
"활자는 개성에서 출토된 것으로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다가 15년 전부터 국내로 들어온 것입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것을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한자리에 모아 연구 결과와 함께 공개했고요. 증도가자의 제작 연도에 대해 진척된 연구 결과가 나온 걸 보면 악의적인 흠집내기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
실제 한국지질연구원에 이어 일본의 한 연구기관에서도 활자에 남아 있는 먹을 탄소 측정한 결과 고려시대의 것으로 밝혀져 적어도 '가짜 의혹'은 벗어났다. 조만간 또 다른 국내 연구기관의 측정 결과도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의 장천(長川) 1호분과 삼실총(三室塚) 고구려 고분벽화 도굴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것에 대해 그는 "중국 정부가 '한국고미술협회 고위 간부'에 의해 한국으로 넘어간 고구려 벽화 반환에 협조해 달라며 한국 정부에 보냈다는 공식 서한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망신입니다. 나는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해 진상을 밝혀 범인뿐 아니라 배후세력까지 찾아내야 합니다. "
전남 강진군이 도자기 '청자상감연국모란문과형주자'(2007년 · 10억원)와 '청자상감모란문정병'(2009년 · 10억원) 두 작품을 터무니없는 고가에 구입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최근 강진청자 사건은 사법적인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이 청자의 원래 소장자인 이모씨 통장에서 청자 매매를 주도한 최모씨 통장으로 1억2500만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기소했어요. "
김 회장은 1997년부터 고미술협회장을 다섯 번째 연임한 다보성 갤러리 대표.그는 그동안 고서화 도자기 등 문화재 매매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데 앞장섰다. 2006년에는 회원사들의 고미술품 유통 및 거래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2003년에는 헌법재판소에 '도난문화재를 무조건 보유자로부터 몰수하도록 한 문화재보호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 '보유 경위를 안 따지고 몰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얻어내기도 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