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빌딩 세 동을 갖고 있던 서모씨(69)는 최근 한 동을 팔아 12억여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5년 전 급매물을 싸게 샀는데입지 탓인지 값이 오르지 않은 영등포지역 빌딩이다. 주택 임대사업자 세제지원 요건을 완화한 '2 · 11 전세대책'도 계기가 됐다.

서씨는 "전세가격 상승과 내년 총선 ·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임대용으로 사들인 아파트에서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서울 중계동 일대 전용 59㎡ 아파트 세 가구를 6억여원에 매입, 반(半)전세를 놓았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양도세 중과나 종합부동산세 걱정도 없다.

정부가 '2 · 11 전세대책'에서 임대사업자 세제지원 요건을 완화한 이후 아파트임대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매입임대사업자 수는 총 386명 증가했으나 소득세법 ·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이 개정된 지난 3월 말 이후 한 달 만에 486명이 늘었다.

시행령 개정 이전인 지난 3월에도 502명이 늘어 2월(240명)의 두 배에 달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직전인 지난 3월에 매입임대사업자로 등록해도 개정 요건만 만족하면 4월부터 혜택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무임대 기간도 제도 개선 이전(7~10년)과 이후(5년) 중 사업자에게 유리한 쪽이 적용된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월세 등 일정한 임대수입이 발생하는 수익형 부동산을 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주택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결합돼 임대사업자 등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전세난으로 세입자를 구할 걱정이 없는데다 아파트 투자가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점이 작용한 것"이라며 "임대사업자가 늘어나면 아파트 신규분양이 쉬워질 수 있고 미분양 감소,전세난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매입임대사업자 세제지원 요건은 △임대가구 수(서울 5가구→3가구) △임대기간(서울 10년→5년,경기 · 인천 · 지방 7년→5년) △취득가액(서울 3억원 이하→6억원 이하) △사업지역(양도세는 동일 시 · 군,종부세는 동일 시 · 도→수도권 내) 등에서 크게 완화됐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