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아버지' 파블로 피카소가 현대 미술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명성만큼이나 막강하다. 프랑스의 미술정보 온라인업체인 '아트프라이스 닷컴'(www.artprice.com)이 최근 발표한 '2010 미술시장 트렌드'에 따르면 피카소의 작품은 3억6149만달러어치가 팔려 2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전 세계 3600여개 경매사에서 열린 540여만건의 경매를 분석한 결과에서 이같이 조사됐다. 거래 작품 수는 2022점(유화,판화,드로잉 포함)으로 평균 점당 20만달러에 팔린 셈이다. 작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1932년 작 '누드,녹색 잎과 상반신'은 1억640만달러에 낙찰되며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위는 3억3900만달러어치의 작품이 거래된 중국 작가 치바이스(1864~1957)였고,2009년 2위였던 앤디 워홀(1928~1897)은 3위로 밀려났다.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조각 '걷는 사람Ⅰ'이 1억432만달러에 팔리며 5위로 올라섰다. 마티스(7위),모딜리아니(8위),리히텐슈타인(10위) 등이 '톱10'에 들었다.

○세계'톱10'에 중국 화가 4명

지난해 국제 미술시장에서 중국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 부호와 화교권 사업가들이 중국 화가들의 작품을 매집하면서 지난해 경매시장에서 작품 거래액 10위권에 중국 작고 작가 치바이스(2위)와 장다첸(4위),쉬베이훙(6위),푸바오스(9위) 등 4명이 포함됐다. 2009년에는 치바이스 한 명뿐이었다.

2009년 11위에서 4위로 뛰어 오른 중국 쓰촨성 화가 장다첸의 지난해 낙찰총액은 3억430만달러로 2009년(4000만달러)보다 8.5배 증가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베이징 경매에서 1억80만위안(170억원)에 거래된 1968년 작 '애흔호(愛痕湖)'에 힘입어 3억달러를 돌파했다.

중국화의 전통을 지키면서 사실적 화풍으로 유명한 리커란은 8639만달러어치가 팔리며 31단계 뛰어오른 1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작고한 중국현대미술의 거장 우관중(吳冠中)은 13위에 랭크됐다. 또 루 양사오(27),자우키(28),황조우(29),우창쇼우(48),황빈홍(33),천이페이(42),쩡판즈(49),왕후이(50) 등이 50위 안에 포함됐다.

○생존작가들도 약진

생존작가로는 독일 극사실 회화의 거장인 게르하르트 리히터(79)가 유일하게 16위에 올랐다. 리히터 작품은 192점이 거래돼 판매금액이 6700만달러였다. 점당 34만8900달러가 넘는 셈이다.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 재스퍼 존스(81)는 2009년 52위에서 34위(4088만달러)로 12단계 뛰어올랐다. 국가♥표적♥숫자 등을 사물과 회화 이미지로 융합한 새로운 시야를 개척한 그는 기존 전위예술의 주류였던 추상표현주의를 네오 다다이즘으로 진화시킨 작품으로 작년에 129점이 새주인을 찾아갔다.

40대 작가로는 1990년대 포르노작가임을 자처하며 이탈리아의 포르노 배우였던 치치올리나와 결혼했던 미국의 제프 존스.그의 작품 66점이 경매되며 3200만달러의 낙찰액을 기록했다. 마약으로 사망한 바스키아나 성교장면을 사진에 담는 등 돌출행동을 일삼는 제프 존스가 미술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비난에도 불구,베스트셀링 작가로 부상한 것은 '미국자본의 미국작가 스타 만들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쩡판즈는 지난해 홍콩 크리스티 경매회사의 추계 경매회에서 '가면'시리즈를 미술애호가 왕웨이가 43억원에 사들이면서 49위에 랭크됐다.

○20세기 초 근대미술 51%로 단연 선두

세계 미술시장의 작품 거래 유형은 20세기 초 근대미술이 5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1945년 이후 현대미술이 18%로 뒤를 이었다. 르네상스시대 작품 등을 아우르는 올드마스터(11%)와 19세기 미술품(10%) 등이 현대미술보다 각광받는 분위기는 여전해 불황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2000년에는 근대미술이 45.29%,19세기 미술이 28.38%와 올드마스터 15.16%,전후 현대미술이 11%를 차지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93억6000만달러(10조원)로 2004년(26억달러)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하며 호황기인 2007년도 수준에 근접했다"며 "미술품 투자자와 신세대 컬렉터층의 관심은 미술시장에 대한 전망을 한층 밝게 해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