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지난주 후반 반짝 '사자'에 나서 반등을 이끌어냈지만 30일 다시 매도 우위로 돌아서며 코스피지수를 6.45포인트(0.31%) 하락한 2093.79로 끌어내렸다. 종잡을 수 없는 외국인의 변덕이 지속되는 한 국내 증시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김영찬 모간스탠리증권 서울지점 상무(43 · 사진)는 이 같은 외국인의 매매 행태에 대해 "구리 가격의 등락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외국인이 구리 가격과 코스피지수를 글로벌 경기를 가늠하는 대표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닥터 코퍼 vs 닥터 코스피"

김 상무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최근 영국지점에서 발간한 리서치 자료를 내밀었다. 자료를 넘기자 '닥터 코퍼 vs 닥터 코스피(Dr.Copper vs Dr.KOSPI)'라는 제목의 그래프가 눈에 들어왔다. 구리 가격과 코스피지수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걸 보여주는 자료였다.

그는 "경험상 구리 가격과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이 일치할 확률은 95%에 달한다"며 "이 때문에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사고팔기 힘든 구리 현물 대신 코스피지수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해 벤치마크 수익률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동안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이유다.

김 상무는 "지난 26~27일 외국인이 갑작스레 순매수로 돌아선 이유도 급락하던 구리값이 지난주부터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t당 9370달러에서 이달 중순 8536달러까지 급락했던 구리 가격은 25일 이후 사흘 만에 3.03% 뛰어 9151달러로 치솟았다.

그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과 상관관계가 높은 이머징(신흥국) 내에서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수출 비중이 높아 전 세계 수출경기의 바로미터가 된다"며 "올해와 내년 글로벌 경제가 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장기적으로는 한국 증시도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6월 이후 반등…상승 탄력은 둔화

김 상무는 연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2330으로 제시하며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지만 단기적으로는 내달까지 쉬어가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향후 상승 탄력도 이전만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고점을 치고 둔화하고 있다"며 "산업생산을 의미하는 글로벌 PMI가 둔화하는 국면에서 코스피지수는 평균 3개월 정도 조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그리스 등 신용불안에 시달리는 유럽 국가들이 달러를 매입하면서 당분간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머징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내달까지는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수출주보다 내수주 유망"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상승장을 이끌었던 자동차 · 화학 등 경기민감주들의 상승 탄력도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상무는 "과거 PMI가 둔화하는 국면에서는 수출주보다 내수업종 등 방어주들의 투자 성과가 더 좋았다"며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유통 헬스케어 음식료 등 방어주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동차 · 화학 · 정유의 경우 내년 실적 개선 가능성을 감안해도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 지표들이 과거 10년 평균을 2배 가까이 웃돌고 있어 쏠림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글=강지연/사진=김병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