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0년만 젊었다면 전 세계에 '차움' 같은 안티에이징 센터를 수십개 만들었을 것이다. "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59)은 지난 4월29일 '국제 줄기세포 심포지엄'을 마치고 지인들과 저녁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차 회장의 눈엔 '안티에이징 비즈니스'의 미래가 핑크빛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자동차나 반도체산업을 뛰어넘는 블록버스터 산업이 될 것이란 설명이었다.

지식경제부가 2009년 수립한 '항노화산업 육성방안'에 따르면 항노화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2006년 1352억달러에서 2015년 2919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방한한 미국의 세계적 항노화 연구소인 벅인스티튜트의 브라이언 케네디 회장은 더 밝게 내다봤다. "의료서비스 기능성화장품 개인용의료기기 등을 포함한 2015년 전 세계 안티에이징 시장이 3100억달러로 추산된다"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학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고 세포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신약도 10년 후쯤 상용화될 수 있어 2020년께엔 시장규모가 4000억~5000억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안티에이징 비즈 최적 요건 갖춰

한국은 안티에이징 산업분야에서 출발은 늦었지만 선수층이 두터워 시장을 주도할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질병 조기발견을 위한 건강검진 상품은 일본과 미국이 먼저 시작했지만 가격경쟁력이나 품질(검사 정확도) 면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는다. 또 로봇수술은 로봇 보급 대수,수술 건수 등에서 아시아 종주국이다. 미국에선 수술로봇 '다빈치'가 주로 전립선암 수술에 이용되는 반면 도입한 지 6년밖에 안되는 한국에서는 대장 · 직장암을 비롯해 인두암 후두암 간암 담도 · 췌장암 난소암 갑상샘암 등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양성자치료로 난치성 암을 미국의 3분의 1 가격으로 치료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은 동양의 감성을 살려 한의학 선(禪) 요가 기공 등 현대의학이 충족하지 못하는 분야를 특기로 갖고 있다. 전세일 차의과학대 대체의학대학원장은 "질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건강하지도 않은 것을 서양의학에선 아(亞)건강(sub-health),한의학에서는 미병(未病)이라 한다"며 "한의학은 예방 중심의 양생의학이며 수술처럼 침습적인 방법을 쓰지 않기 때문에 현대인이 시달리고 있는 미병을 어루만지는 데 현대 서양의학보다 탁월하다"고 말했다. 케네디 회장은 "한국은 동 · 서양의학을 두루 섭렵해 안티에이징 산업을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티에이징 서비스 경쟁 다양화

지난해 10월 문을 연 차움은 토털 안티에이징 프리미엄 서비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차움은 건강검진 줄기세포시술 피트니스 피부 · 성형치료 메디컬스파 웰빙식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안티에이징 산업의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회원권 가격 1억7000만원인 차움이 고소득층을 위한 도심형 안티에이징 모델이라면 서울송도병원이 전북 고창 석정온천관광지 내 142만여㎡ 부지에 짓고 있는 전원형 건강마을인 '힐링카운티'는 중산층도 접근 가능한 '실속형'이다. 18홀 골프장,골프빌라,게르마늄 온천스파,온천병원(수치료),승마장,편백숲 산책로,테마상가 등이 들어서는 '웰파크시티' 중 은퇴자를 위해 의료와 웰빙을 결합한 섹터가 힐링카운티다. 골프장과 편백숲,고창 동호해수욕장과 선운사 등의 자연경관을 누리면서 상주 간호사의 보살핌을 받고 필요하면 온천병원에서 대체의학 및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다. 이종균 송도병원 이사장은 "3.3㎡당 분양가가 700만원대로 골프빌라(총210가구)는 60%가,힐링카운티(1차 분양 90가구)는 분양 시작 석 달 만에 30%가 계약됐다"며 "고창이란 지리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충청 전라 지역에 거주하는 중산층 이상 소비자의 반응이 뜨거워 안티에이징 산업의 가능성을 실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 자생한방병원은 한방물리치료와 골프연습 피트니스 스파 등을 결합한 웰니스센터 '더 제이'를 올 1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안에 오픈했다. 대학병원으로는 이례적으로 인천성모병원이 2013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메디컬 · 시니어타운 · 웰빙이 어우러진 '마리스텔라' 건설을 추진 중이다.

윤성민 의료전문 아라컨설팅 사장은 "5년 전만 해도 안티에이징이란 단어가 생소했지만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가 이전 세대와 다른 '액티브 시니어'를 추구하면서 최근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헬스케어,뷰티산업,레저와 웰빙을 결합한 웰니스 등 안티에이징 비즈니스가 향후 10년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