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의 혁명…"이젠 귀로 소리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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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美 영상작가 크리스찬 마클레이
美 영상작가 크리스찬 마클레이
"그동안 우리는 시각예술을 '눈으로 본다'고만 생각했을 겁니다. 저는 영상을 귀로 들으면서 시각과 청각이라는 감각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에 주목했어요. "
미국 사운드 아트의 선구자 크리스찬 마클레이(56)는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한 '시계(Colck)'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의 '시계'는 28개월 동안 영화 3000~4000편에서 시계 장면을 편집해 시간의 개념을 탐구한 작품이다. '올드 보이' 등 한국 영화는 물론 흑백영화,멜로 드라마,액션영화 등의 무수한 시계 장면을 연결해 하루 24시간을 재현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영국 런던의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고,올 2월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에도 출품돼 화제를 모았다.
그는 "영상 기술이 발전할수록 작가에게는 참신한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각과 청각의 결합을 통해 공감각의 새로운 예술세계를 개척한 그는 LP판과 턴테이블을 이용한 디제잉 퍼포먼스부터 소리를 물질화한 오브제 작품까지 '소리를 보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영화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캡처해 새로운 작품으로 작업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건 소리의 연결을 잡아내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초 뉴욕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서 DJ가 턴테이블을 사용해 소리를 편집하는 '턴테이블이즘'으로 데뷔한 그는 1995년 영상작품 '전화'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그는 "수십년간의 작가 생활은 소리와의 싸움이었다"며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를 유도하는 정보기술과 영화를 만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