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올 3월 발생한 일본 대지진 여파로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가 더욱 촉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3·11 대지진 발생 3개월을 맞아 10일 열린 ‘동일본 대재난과 일본의 진로’ 학술회의에서 “지난해 중국과 일본의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역전되고 일본이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에서 중국에 굴복한 데 이어 발생한 대지진과 원전사고는 국제 정치적으로 일본의 국력저하를 상징하는 사건” 이라며 “원전사고 등으로 일본의 총체적 ’국가 리스크‘가 커져 미·중 양강 구도가 더욱 선명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일본 대재난과 일본의 진로’ 학술회의는 현대일본학회·국회입법조사처·한일의원연맹 공동 주최로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교수는 이날 학술회의에서 “지진 피해 지역에 일본 자위대 10만명이 투입되는 등 대대적인 복구작전을 펼쳐 일본 국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칭송을 받게 됐다” 며 “이로 인해 위헌 시비에 시달려왔던 자위대가 ’보통 군대‘로 탈바꿈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반면 김준섭 국방대 교수는 “자위대가 전통적 국가안보보다는 비(非)전통적 안보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는 “3·11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이후 일본이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더욱 배타적이고 소극적인 사회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 한일관계에서 역사·영토문제를 타협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위대의 개편 가능성을 예상하는 분석도 나왔다. 정미애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은 “위기 극복을 위해 ’일치단결‘을 외치는 일본인들을 보며 내셔널리즘의 부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신정화 동서대 교수는 “일본은 1854년 페리함선에 의한 개국과 1945년 패전 등 외부로부터의 충격에는 국가의 진로를 제시하며 극복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1923년 관동대지진과 이번 대지진·원전사고 등 내부의 충격에는 그렇지 못한 측면이 발견된다” 면서 “관동대지진 이후 일본이 제국주의의 길로 나아간 것처럼 우려스러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인한 한경닷컴 온라인뉴스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