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입국에서 원전을 수출하는 ‘원전 강국 코리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주’의 핵심적 역할을 대기업이 아닌 울산의 한 작은 중소기업이 했다고 하면 과연 믿으시겠습니까?”

원자력 핵심 기자재 제조기업인 일진에너지 이상배 대표는 9일 울산대 사회과학관에서 열린 CEO 특강에서 학생들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지며 특강을 시작했다.

이날 ‘경제와 국민생활’과목의 연사로 초청받은 이 대표는 “일진에너지는 한국형 원전기술이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한 ‘열수력 종합효과 실험장치’인 아틀라스(ATLAS · Advanced Thermal-hydraulic Test Loop for Accident Simulation)를 100% 국산기술로 직접 제작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틀라스가 100만년 만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원전사고까지도 예측해 대비할 수 있는 첨단 실험장치”라면서 “이 설비 덕분에 한국형 원전이 2009년 12월 47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룩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손놓은 ATLAS 수주해 제작 조립과정만 수천번…30억원 손해봐

이야기는 한일 월드컵 축구가 전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그는 당시 한국 원자력 연구원에서 나온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보는 순간, 이 사업만 수주하면 원전 스타기업이 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틀라스는 원자로를 144분의 1로 축소 제작한 것으로 핵 연료 대신 전기를 이용하는 게 다를 뿐,원자로 내부의 압력과 온도는 실제 원전과 같은 미니 원자력 발전소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따낸 뒤 왜 대기업이 참여를 꺼렸는지 알게 됐다.

고난은 2002년 말 사업에 착수하자마자 찾아왔다. 20여명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장치 설계를 수정하면 직원들은 밤을 새워가며 제작 · 조립하는 과정을 수천 번 반복해야 했다. 머리카락 굵기의 제어계측선 1260개를 배관 곳곳에 삽입하는 작업도 힘들었다.

밤새워 깎고,특수용접으로 제작한 고가의 설비가 불량으로 판정돼 고철로 버려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원자력 연구진과 직원들이 공장에서 함께 숙식을 한 끝에 2005년 말 아틀라스는 제 모습을 드러냈다. 아틀라스는 2006년 초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옮겨졌고 1년이 더 걸려서야 설치가 완료됐다. 이처럼 제작상의 어려움 등으로 70억원에 수주한 아틀라스 사업에서 30여억원의 손해를 봤다.

혹독한 고통뒤에 한국형 원전 UAE 수출확정 낭보…글로벌 원전기업 도약 발판

그는 “그로부터 2년 뒤 한국형 원전의 UAE 수출이 확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지면서 임직원들은 부둥켜안고 악몽과 같은 지난날을 되새기며 감격에 빠졌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삼성 현대도 아닌 작은 중소기업이 이같은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완수했다는 그의 말에 학생들의 감동의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 대표는 이런 고난을 이겨낸 덕분에 1989년 울산 남구 달동의 20평 남짓한 무허가 임대 창고에서 시작한 회사는 이제 1만여평의 공장부지를 갖고 있는 매출액 1500억원대의 중견 에너지 기자재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 할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원전 해외수출에 꼭 필요한 미국기계학회 원자력품질인증도 취득해 해외 원자력발전소에 모든 등급의 원전설비를 수출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태양전지 생산용 열처리로와 폴리실리콘용 화학기상증착(CVD) 반응기 분야에도 뛰어들어 이 분야에서만 올해 400억원이상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좌절 고통 두려워하지 말라…성공은 바로 눈앞에 있다"

이 대표는 “이렇게 회사가 놀라운 변신을 거듭한데는 자극과 좌절 고통 등 이루 말할수 없는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겨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고 앞을 보고 전진하면 하고자 하는 모든 꿈이 반드시 실현될수 있다”고 성공의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했다.

그는 또 “울산에 정말 훌륭한 중소기업들이 많다”면서 “대기업도 좋지만 이런 중소기업을 잘만 찾으면 미래의 큰 꿈을 더 빨리 실현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울산대 학생들에게 던진 인생 좌우명 5가지>

◆2억대1의 경쟁을 뚫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 자부심을 가져라
◆앞서가는 사람 부러워만 하지말고 자신의 독창적인 경쟁력 발굴해서 키워라
◆세상에는 공짜없다. 열정을 갖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라
◆미래는 중국의 시대다. 철저히 중국화(化) 해라. 내 아들도 중국에 보냈다. 10년동안 한국에 발조차 디디지 못하도록 했다.
◆자전거 두바퀴는 계속해서 패달을 밟지않으면 넘어지게된다.앞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면 무조건 성공한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