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한시 인하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정유사 부담은 커지고 주유소들은 다음달 6일 한시 인하 종료를 앞두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국제 원유가가 높아도 국내 제품 소비량은 되레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 '이상한' 정책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7일 휘발유와 경유값을 ℓ당 100원 인하한 뒤 3개월 동안 정유 4사의 부담액은 7000억~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행 초기인 4월 초 KB투자증권은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 2450억원을 비롯해 GS칼텍스 1950억원,에쓰오일 840억원가량으로 예상했으나,소비량이 증가하며 손해액이 더 커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유소 공급가격을 100원 깎아주는 방식을 적용해온 GS칼텍스는 이달 들어 14일까지 보름간 휘발유와 경유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36% 급증했고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 카드할인 방식을 선택한 SK에너지도 초기에 반짝 판매량이 떨어진 뒤 예년 수준을 회복해 국내 전체 소비량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국제 원유가에도 불구,지난해보다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무폴(특정 주유소 간판이 없는 주유소) 등 자영 주유소들이 공급가격이 낮은 업체로 몰린 데다 가격 인하 종료를 앞두고 미리 기름을 사두려는 수요가 많아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주유소들은 물량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가 몰린 GS칼텍스는 이달 들어 경북 일부지역과 경기 부천에서 수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다음달 한시 인하 종료를 앞두고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가격이 다시 높아지며 물가에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3개월 동안 8000억원 가까운 돈을 손해보더라도 가시적 효과는 없는 것 아니냐"며 "차라리 그 돈으로 기금을 모아 화물차 등 어려운 계층에 지원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