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비축유 방출은 美-사우디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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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재선 겨냥 우회적 '3차 양적완화' 포석
이란 입김 세진 OPEC 견제…유가전망 엇갈려
이란 입김 세진 OPEC 견제…유가전망 엇갈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미국에 떠밀려 정치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익명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
IEA가 세계 하루 석유 생산량의 2.5%에 해당하는 200만배럴을 한 달간 매일 방출하겠다고 23일 발표하자 시장에선 "왜 하필 지금이냐"는 반문이 제기됐다. 중국의 긴축과 미국의 경기 회복 둔화에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겹쳐 지난 4월 배럴당 113.93달러까지 올랐던 국제유가(서부텍사스원유 · WTI)는 이미 95달러 선까지 내려왔던 터였다. IEA의 방출 결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제유가는 급락했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과 사우디,IEA의 공조
IEA가 내세운 명분은 리비아 내전으로 북해산 브렌트유 생산량이 줄면서 유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란의 라이벌인 사우디아라비아,세계 원유의 40%를 생산하는 OPEC을 견제하려는 IEA의 정치적 속내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9.1%에 이르는 상황에서 민심을 잡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 크리스토퍼 헬먼 포브스 남서부지국장은 "비축유를 푸는 시점이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끝나는 시기와 맞물린다"며 "우회적으로 3차 양적완화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미국의 추가 부양책이라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미국은 IEA 28개 회원국이 함께 방출키로 한 6000만배럴 가운데 절반을 내놓는다.
OPEC 내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 이달 초 OPEC 회의에서 증산을 주장했지만 이란의 입김에 밀려 무산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IEA는 OPEC에서 친미 성향인 사우디의 힘이 약해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2000년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때 이란이 IEA의 증산 제안을 거부하자 IEA와 OPEC의 관계가 일시적으로 악화된 전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조치가 OPEC에 대한 경고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유가 일시 하락 그칠 듯
투자심리 악화에 따른 유가 하락은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WTI 8월물은 배럴당 91.02달러로 2월 중순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90달러 선이 붕괴됐다. JP모건은 3분기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130달러에서 100달러(23일 107.26달러)로 낮췄다. 유가 하락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CNBC는 이번 조치로 유가가 떨어지면 실물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고,이는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유가 후폭풍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마크 피셔 MBF클리어링 최고경영자(CEO)는 "총싸움이 났는데(유가 상승) 칼을 빼들은 격(석유 방출)"이라며 경기가 회복될 만큼의 유가 하락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리비아 내전으로 지난달까지 줄어든 석유 생산량은 1억3200만배럴이지만 IEA의 방출량은 절반도 안 된다는 점에서다. 마켓워치는 "석유 공급량은 제한돼 있다"며 "WTI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8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지만 다시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