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O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 (3) 내년 퇴직인데 집 한 채가 전부…연금 월120만원 받아 240만원 지출
[H2O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 (3) 내년 퇴직인데 집 한 채가 전부…연금 월120만원 받아 240만원 지출
"올해 큰아들을 결혼시켜야 하는데….큰아들 작은아들 전셋집이라도 한 채씩 해 주려면 내 노후는 생각도 못해요. "

서울에서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정수 씨(54)는 내년에 퇴직한다. 그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서른 살 큰아들의 결혼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퇴직하기 전에 결혼을 시켜야 직장 동료들이 하객으로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아들이 만나는 아가씨도 마음이 있는 것 같아 빨리 상견례 날짜를 잡으라고 독촉하고 있어요. "

◆자식 · 부모 뒷바라지에 '벅찬 세대'

[H2O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 (3) 내년 퇴직인데 집 한 채가 전부…연금 월120만원 받아 240만원 지출
아들의 결혼을 위해 그가 올해 준비해야 하는 것은 하나둘이 아니다. 결혼식 비용이야 취직한 아들이 댈 수 있지만 번듯한 집을 구하는 것은 어림없다. 은행에서 빌려 1억5000만원짜리 전셋집을 얻을 경우 연간 이자가 900만원은 든다. 연봉 2500만원을 받는 아들이 아이까지 낳고 살자면 김씨가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가 돈 쓸 일은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가 살던 집이 재개발 중인데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1억원이나 된다. 김씨는 "퇴직을 생각하면 재개발사업이 금융위기 때 중단되는 게 차라리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세 드신 부모님 병원비도 해마다 수백만원씩 든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다. 자녀 세대야 부모 부양을 하지 않겠지만 김씨 자신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몇 년 뒤 작은아들 결혼도 근심거리다.

김씨는 그래도 대기업 부장으로 있는 올해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당장 내년부터는 고정 수입이 없어진다. 퇴직금으로 1억원을 받겠지만 재개발 조합원 추가 분담금을 내고 나면 끝이다. "정 안 되면 역모기지론이라든가 그런 걸로 지금 사는 집을 조금씩 까먹고 살아야지,별 수 있나요. " 김씨는 긴 한숨을 토했다.

◆재취업 · 역모기지론으로 소득원 마련

대한민국 50대 가장들의 사정은 대개 비슷하다. 자식 세대의 취직 · 결혼이 늦어지면서 은퇴 시기와 겹친다. 노부모 세대의 수명은 길어져 병원비 등도 오랜 기간 들어간다.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수입은 곧 사라지고,퇴직 후 할 일은 마땅치 않다. 그간 재테크는 부동산으로 주로 했기 때문에 금융자산은 거의 없다. 전문용어를 쓰자면 '미래 현금흐름'이 매우 나쁘다.

다행히 김씨는 62세부터 국민연금 120만원을 매달 받는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국민연금조차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노년에 고정 수입이 없다는 얘기다.

이들이 은퇴 후 소득을 지금부터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재취업이다. 눈높이를 낮춰 월 5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일이라도 하겠다는 사람이 적잖다. 다른 하나는 현재 중장년 세대의 '저축' 수단이던 부동산을 현금화하는 것이다.

집을 팔아서 당장 현금을 만들 수도 있지만 김씨처럼 역모기지론을 고려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김씨가 보유한 6억원짜리 주택을 HF에 맡기고 평생 일정한 금액을 받기로 할 경우 60세부터 매달 141만원이 들어온다. 한국의 중장년은 그러나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아직까지 역모기지 이용은 많지 않다.

◆20대부터 생애 재무설계 필요

15년 후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다. 현재 중장년 세대는 전처럼 자녀 세대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노부모 세대와 본인 세대가 100세까지 살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일찍 생애 재무설계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전처럼 부동산 재테크가 노후 준비가 되는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노후에 대비해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3중 연금을 붓고,과소비 성향을 억제하는 등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