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마지기(경기도 가평 소재)라는 마을 이름은 넓고 평평한 곳이 많아 좁씨를 아홉 말이나 뿌렸다는 전설에서 나온 것이다. 그만큼 탁트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마을에는 가평 8경 중 제 3경인 용추계곡도 있다. 이 계곡은 용이 승천하며 아홉 굽이의 멋진 비경을 만들었다는 설화가 담긴 곳이다. 무엇보다 계곡물이 구슬처럼 투명해 여름철 피서지로 이전부터 인기가 높다.

이 마을의 영농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밭을 중심으로 많은 조를 재배하고 있다. 논에도 조를 심어 '차조 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오곡(쌀 보리 콩 조 기장)의 하나인 조는 높이가 약 1m 정도까지 자라며 가을에 이삭이 나오고 원통형의 가는 꽃이 모여서 핀다.

아홉마지기마을을 방문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조 타작을 체험할 수 있다. 매년 가을에는 '차조 밭 축제'도 개최되고 있다. 마을 안의 체험장을 방문하면 어르신들의 친절한 설명에 따라 차조를 탈곡하는 '태질'을 해볼 수 있다. 탈곡된 차조의 껍질을 벗기기 위해 절구통에 넣어 찧는 것도 경험해볼 수 있다. 마을의 한 주민은 "조타작을 할 때 조가 우수수 떨어지면 아이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한다"며 "조를 베어 보면 진짜 농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또 저농약 농법을 이용해 매년 맛있는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직접 사과를 따서 그 맛을 느껴보는 것은 또 다른 큰 즐거움이다. 맛있는 사과 고르는 법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싱싱한 사과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친환경 콩을 이용해 손두부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 마을은 청국장,조인절미,가정식 백반 등 풍부한 먹을거리를 방문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먹을거리에 대한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얘기다. 이외 특산품으로 가평 잣 밤 사과 찰조 된장 간장 등이 있다.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봄에는 산나물 캐기,고구마 · 감자 심기,조 · 수수 심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름에는 과일 수확과 수생식물 관찰은 물론이고 맑은 1급수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이번 여름 휴가에 강이나 바다로 피서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에서의 팜스테이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가을이면 조 · 수수 수확과 사과 따기,겨울이면 팽이치기와 고구마 · 감자 구워먹기,굴렁쇠 굴리기 등을 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아이들에게는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사계절 연중 체험거리로는 차조 떡메치기,이엉 엮기,짚신 만들기,새끼 꼬기 등 옛날 사람들의 생활상을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마련돼 있다. 짚신 만들기 등에 도전해보면 옛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익숙한 손 놀림과 전통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전통 볏짚 체험 또한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생생한 현장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팜스테이를 경험한 가평초등학교의 한 어린이는 "친구들과 새끼를 꼬아 줄넘기도 하면서 너무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다음에도 꼭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이용 후기를 남겼다.

아홉마지기마을의 볼거리로는 관광지로 유명한 남이섬과 용추계곡이 있으며 잣나무가 수려한 아침고요수목원과 가평포도축제,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등이 있다. 특히 아침고요수목원은 잘 갖춰진 시설과 많은 꽃들로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주변 관광지로는 연인산 도립공원이 있다. 이 공원은 가평군 가평읍에 위치한 37.445㎢(1133만평) 넓이에 해발 1068m 높이의 천혜 자연공원이다. 연인산 곳곳의 아름드리 푸른 잣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은 대부분 옛 화전 터였다. 지금도 용추계곡이나 연인능선 우정능선 등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옛 집터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찾아가는 길

자가용 이용 시 서울에서 경춘국도(46번)를 이용해 마석·청평을 지나 가평군청에서 용추계곡 방향으로 오면 된다. 기차를 탈 경우 청량리역에서 가평·춘천행 열차를 타고 가평역에서 내린 뒤 가평버스터미널에서 용추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상봉동이나 동서울(구의)터미널에서 춘천행 버스를 타고 가평에서 내릴 수도 있다. 청량리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상담은 전화 (031)582-3115.마을 홈 페이지(http://9majigi.co.kr)를 검색하면 상세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