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우먼들의 티타임,창가 한쪽에서 소근소근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오간다. 무슨 내용인지 귀를 쫑긋 세우고 몰입하다 보니 한 남자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무언가 있을 법한 그 비밀이 밝혀지려는 찰나,반전이 일어난다. 저녁상 앞에서 펼쳐지는 일일연속극도,알 만한 사람들만 아는 중요한 밀담도 아니다. '삼성화재 애니카' 광고다.

자본주의 역사상 최고의 고관여 상품 중 하나인 보험.삼성화재는 광고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삼성화재 애니카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할 이야기도 많다. 그래서 때로는 풍성하고 때로는 조심스럽다. 마치 광고 속 송지효의 대화처럼 말이다.

비 오는 한밤중,혼미한 정신을 이끌고 부랴부랴 질주하던 승용차가 고속도로에서 그만 미끄러졌다. 아뿔싸,엎친 데 덮친 사고다. 평탄치 않은 출생사를 가진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상상의 밑그림이 완성되어 갈 즈음,반전이 일어난다. 모두 가슴을 쓸어내려도 될 것 같다. 현실감이 충만한 남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더 이상의 출생의 비밀은 캐지 않고,우선 보험사에 연락하기로 했다. 24시간 접수,출동 및 상담을 위해 깨어있는 특정 서비스를 지원받아 다시 서울로 올라갔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나중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위기 상황에서 그의 대처 능력은 보는 이를 얼떨떨하게 만들 만큼 뛰어났다.

고객들이 삼성화재 애니카 광고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야기 속 남자의 태도변화,즉 반전의 의외성뿐만은 아니다. 고객의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절대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 반전 후의 메시지가 고객의 숨겨진 인사이트(insight)를 정확하게 일갈하는 것이 아니라면,전체적인 크리에이티브 중 스토리의 반전은 하나의 재미 요소로 기능할 뿐이다. 스토리의 '반전 구조'는 보험서비스의 필요성을 고객의 머릿속에 환기시키는 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광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서고 있는 야구 게임에서 철벽 마무리 투수가 마운드에 등판해 승리를 결정짓는 장면을 생각해보라.광고 속 반전 후 바로 이 때다 싶은 타이밍에 무언가가 등장했다. 그리고는 광고를 본 고객들이 삼성화재 마이애니카를 한번 더 그윽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바로 '당연히'라는 세 글자다.

삼성화재 애니카이기에 외칠 수 있었던 '당연히'라는 말에는 무한한 파괴력이 있다. 이 표현이 처음부터 모든 보험 가입 고려 대상자들의 마음에 하나의 동의를 심을 수는 없겠지만 '대세 마케팅'의 흔적에 노출된 고객들의 향후 최종 선택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는 상상이 간다.

설명이 많고 정교하기보다 명쾌하고 쉬운 접근법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가까이 하고,좁혀진 거리에서 브랜드의 우위를 다시금 강조하고자 하는 광고가 있다.

삼성화재 애니카 광고는 고객에게 사랑받기 위해 브랜드의 정보를 커뮤니케이션하기보다 브랜드의 우위를 커뮤니케이션 했다. '당연히'라는 자신감 넘치는 워딩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과연 앞으로 '당연히' 사랑 받을 수 있을지,그 결과론이 궁금해진다.



유장선 광고칼럼니스트 · 엠포스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