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남짓이던 부채비율이 500%까지 치솟고,연 4500만달러 수준이던 해외 수출은 1000만달러까지 급감했습니다. "

인귀승 코다코 사장이 기억하는 2008년의 풍경이다. 코다코는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270억원의 손실을 봤다. 회사는 폐업 위기까지 몰렸고 인 사장은 '삶을 포기할까'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매월 20여억원씩을 결제해야 했지만 금융위기로 해외 고객사들이 모두 주문을 줄이는 바람에 외화 보유액은 바닥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코다코는 "키코의 악몽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나는 중소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엔 연매출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2년 연속 100억원이 넘던 순손실 행진도 마무리돼 흑자로 전환했다.

인 사장은 "남들이 쉽사리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력과 다변화된 납품구조,그리고 전방 산업인 자동차 부문의 빠른 성장이 실적 회복의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코다코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업체로 완성차의 2차 벤더다. 알루미늄을 녹인 뒤 틀에 부어 조향장치나 트랜스미션용 컨버터 하우징과 밸브 보디 등을 만든다. 5마이크로미터(200분의1㎜) 단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부품들로 1차 벤더를 통해 현대 · 기아차와 GM,포드,크라이슬러,피아트,닛산 등 10여곳의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다. 현재 수주 잔량만 6000억원어치.이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이들 완성차 업체의 생산라인이 멈춰야 할 정도다.

코다코는 외환위기 직전에만 해도 해외 시장을 주로 공략했다. 수출 비중이 60%를 넘었다. 하지만 GM,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키코 사태까지 겹치면서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이 회사의 구원투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시장에서 약진을 보인 현대차였다.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 · 기아차에 납품하던 코다코는 현대파워텍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며 현대 · 기아차의 준중형 이상 차종을 대부분 석권했다.

이 회사의 기술력을 주목한 HMC투자증권이 지난 3월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기도 했다.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부채비율은 200%대까지 낮아졌다. 올해 코다코의 예상 매출은 1850억원.영업이익 120억원,순이익 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다코는 4년 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직접 거래를 하는 1차 벤더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최근 클린디젤 엔진용 핵심 부품 개발에 착수했다. 2014년부터 유럽 수출 차종에 적용하는 새로운 자동차 배출 기준인 유로6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보쉬와 지멘스,델파이 등 세계 유명 부품업체 몇 곳만 보유한 기술이다.

코다코는 정부 과제로 2년간 178억원을 지원받아 디자인,테스팅 등 7개 업체 및 기관과 공동 개발에 나서며 개발 후 양산에 돌입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