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 거래 혐의로 기소된 12개 증권사가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기소의 핵심내용인 증권사 직접접속(DMA) 서비스를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으로 볼 수 없다는 법무법인의 의견이 나왔다. 법무법인은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의 수익은 독자적 분석과 투자기법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하는 등 검찰이 기소한 혐의 내용을 대부분 반박해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이번주 중 2~5개사가 모이는 사장단 회의를 잇달아 열고 법무법인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정한 수단' 규정 "너무 포괄적"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법무법인 화우의 'ELW 검찰 기소에 대한 검토의견'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대부분 반박하고 있다. 이 의견서는 지난달 금융투자협회의 의뢰에 따라 작성됐다.

의견서는 검찰이 스캘퍼와 증권사를 기소하면서 잣대로 삼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178조의 '부정거래행위'를 어떻게 해석할지부터 문제삼았다. 178조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관련,△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을 기록하거나 중요사항을 고의로 누락해 재산상 이익을 얻는 행위 등을 '부정거래행위'로 규정한다. 검찰은 증권사가 스캘퍼에게 제공한 전용주문 서버 이용,가원장 체크방식,시세정보 우선 수신 등을 1항의 '부정한 수단'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의견서는 "'부정한 수단'은 명백히 부정한 행위에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해석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검찰이 문제삼은 스캘퍼의 수익과 일반투자자의 손실에 대해서도 "수익과 손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의견서는 강조했다. 스캘퍼 수익에 대해서는 "독자적 분석과 유동성 공급자(LP)의 호가 알고리즘에 대한 사전 예측 등 독자적 투자기법에서 나온 것"으로 규정했다.

◆위법성 몰랐다면 '법률의 착오'

증권사의 주문속도 차별에 대해서도 "국제적인 관행으로 사회통념상 부정한 행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미국과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 DMA를 허용하고 있으며 해당 금융당국이나 사법당국도 문제삼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부정한 수단'을 광범위하게 해석해 증권사가 편의를 제공했다고 하더라도,그것만으로 증권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도 냈다. 편의 제공이 죄가 되지 않을 것으로 착오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법률의 착오'(형법 제 16조)에 해당돼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의견서는 "증권사가 수년간 편의 제공 행위가 부정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대법원 판례로 볼 때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으로 처벌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의견서 내용을 볼 때 검찰과 업계의 법리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