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만 되면 정화조에서 나오는 냄새 탓에 코를 막고 다녀요. "(서울 봉천동 A상가 주민)

건물마다 설치돼 화장실 분뇨를 처리하는 개인하수처리시설(정화조)은 악취의 온상으로 손꼽힌다.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는 정화조 관리 부실로 인한 악취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마다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악취는 환경부가 2008년 하수도법을 개정한 이후 더욱 심해졌다.

환경부는 2008년 1월 하수도법을 개정하면서 전국에 있는 200여만개 정화조를 부패식 정화조로 일괄 변경토록 했다. 이전까지 정화조 구조는 총 7개 방식이 존재했다. 그중 부패식과 함께 폭기식 정화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패식은 정화조 내 저장공간에 오물을 모아 두었다가 그대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반면 폭기식은 오물에 공기를 불어넣어 냄새를 줄인 뒤 하수처리장으로 보낸다. 이 때문에 폭기식은 부패식에 비해 악취가 적게 난다. 서울시가 지난해 대형 건물 정화조 62곳에 폭기식 방식을 응용한 공기주입 장치를 설치한 결과 악취(황화수소) 농도가 설치 전 평균 32.3??에서 설치 후 1.2??으로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환경부는 공기투입기 등 별도 설치 비용이 들고 관리도 어렵다는 이유로 폭기식을 일괄적으로 부패식으로 변경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어차피 정화조의 오물이 하수처리장으로 가는데 공기주입 장치 등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어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악취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정화조 구조 변경에 나섰다. 폭기식 방식을 응용한 공기주입 장치 보급을 통해 부패식 정화조의 단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시가 자체 개발한 공기주입 장치는 대당 160만원으로,정화조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드는 비용 600만원보다 저렴하다. 시는 앞으로 대형 건물 위주로 6000개의 정화조를 보수할 예정이다. 비용만 96억원에 이른다.

결국 환경부의 행정 편의적인 법 개정으로 인해 국민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물재생환경팀 관계자는 "2007년 당시 환경부가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화조를 변경한 것 같다"며 "악취 등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한쪽 면만 보고 결정하면서 지자체 예산만 낭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환경부는 뒤늦게 최근 부패식 정화조를 다른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하수도법 개정안을 슬그머니 입법예고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