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예금보험공사 회계법인 등과 공동으로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5일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감독 · 회계법인 동시 경영진단은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셀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숨기거나 결산 내용을 조작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당초 발표와 달리 전국 85개 저축은행에 한꺼번에 진단반원들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순차 투입은'연막 작전'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보도자료에서 "20개 경영진단반(340명)이 각각 4~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은 20개 진단반이 순차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불시에 들이닥친 진단반원을 맞이한 저축은행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초 금융당국 내부에선 진단반원 340명을 1,2진으로 나눠 40여개씩 시차를 두고 진단에 나서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럴 경우 저축은행 간 정보교류 등을 통해 부실을 숨기거나 진단 내용이 유출될 수 있다고 판단,동시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0개 경영진단반은 일종의 '연막'이었다. 실제로는 20개 거점 진단반 아래 2~6명으로 구성된 85개의 소규모 전담반이 구성된 것이었다.

동시 투입 방침은 지난주 열린 서별관회의에 보고돼 최종 확정됐다. 회의에 참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은 "연착륙이 필요하지만 진단은 동시에 강도 높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건전화 방안을 당초 지난 1일 발표하기로 했다가 4일로 연기한 것도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후문이다. 1일에 발표했더라면 주말 동안 저축은행들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편법 증자 가능성 우려

저축은행들,특히 대주주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의 형식으로 자본을 늘리거나 유동성을 공급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 수도권 저축은행 관계자는 "2개 이상의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서로 상대 자산을 담보로 잡혀 대출해주는 형식으로 증자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주주가 소유한 자산을 팔아 증자하는 등 자구 노력을 먼저 보여줘야 하는데 여의치 않을 경우 갖가지 '꼼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담보로 잡아뒀다가 흘러들어온 아파트나 상가 등 알짜 자산을 처분하는 저축은행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단반원 간 신경전도 벌어져

이날 현장에선 기존 회계장부의 적절성을 두고 금감원,예보 직원과 해당 저축은행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사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A저축은행에는 이날 오전부터 4명의 경영진단반원들이 들이닥쳤다. 금감원 시니어 검사역 1명과 주니어 검사역 1명,예보 관계자 1명,해당 저축은행의 회계법인 관계자 1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과 예보 관계자들이 회계법인 담당자와 같이 장부를 보니 도저히 전처럼 부실 감사를 할 수 없겠더라"고 전했다. 그는 "훨씬 깐깐하게 감사가 이뤄지면 의견거절이 나올 저축은행이 적지 않다"며 "8월부턴 금융당국 개입 없이도 회계감사 결과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