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 성공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해외 순방 때마다 잇단 '대박'을 터트렸던 이 대통령의 '외교적 승부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도 통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유독 외교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서울 유치에 성공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00억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해 4월엔 미국 워싱턴에서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서울 개최를 성사시켰다.

이런 외교적 성과에 힘입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6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참모는 6일 "통상 한국 정상들이 외교 무대에 나가면 점잖은 편이지만 이 대통령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며 "외국 정상들을 만나 격의 없이 대화하는 등 특유의 스킨십 외교를 펼쳤는데,이번에도 이런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평창 유치를 사실상 마지막 외교적 승부수로 생각하고 '올인'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상대로 '맨투맨' 접촉을 벌였다. 지난 3일 더반에 도착한 후 6일 IOC 총회 직전까지 하루 10여명씩의 위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24시간을 쪼개 분단위로 면담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면담 대상 위원들의 동선을 파악한 후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만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자서전을 들고 와 친필 사인을 받아간 위원도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외국 방문 때마다 IOC 위원들을 만나 '평창 외교'를 펼쳤다. 지난달엔 현지 주재 한국 대사나 특사를 통해 모든 IOC 위원들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편지 내용은 개인적 관심사를 반영한 맞춤형으로 작성했다. 회의도중 IOC 위원과 전화가 연결되면 회의를 중단하고 통화하기도 했다。

한 참모는 "어떤 위원은 네번이나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다가 이 대통령이 남긴 메시지를 듣고 전화를걸 어왔다"고 소개했다. 외국 정상들을 만날때면 평창 지지 당부를 잊지 않았다.

평창 유치 성공은 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청와대측은 기대하고 있다. 치솟는물가,저축은행 문제,김준규 검찰총장 사퇴,한나라당 친이계 쇠락 등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 성공은 새로운 탄력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바람이다. 청와대는 이미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