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을 키운 건 '모노즈쿠리'…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고토즈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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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제품보다 '필요한' 제품
인도선 에어컨 바람세기만 따져…소음 저감기술은 메리트 없어
신흥시장이 원하는 건 싼값
'메이드 인 재팬' 자존심 버리고 공장 해외이전ㆍ외주생산 확대
인도선 에어컨 바람세기만 따져…소음 저감기술은 메리트 없어
신흥시장이 원하는 건 싼값
'메이드 인 재팬' 자존심 버리고 공장 해외이전ㆍ외주생산 확대
일본 에어컨 제조업체들의 가장 큰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에어컨'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엔 고도의 기술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정작 에어컨이 많이 팔리는 인도에선 소비자들이 소음엔 관심이 없다. 에어컨은 시원한 바람만 세게 잘 나오면 된다고 생각한다. 인도에서 조용하고 비싼 일본 에어컨이 안 팔리는 이유다. 6일 일본 일간공업신문은 일본의 주요 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회장 사쿠라이 마사미쓰 리코 회장)를 중심으로 전자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부진을 반성하고, 고도의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모노즈쿠리(物作り · 최고 제품을 만드는 것)'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신 소비자들의 수요(needs)와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기획해 판매하는 '고토즈쿠리(事作り)'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좋은 제품'보다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다는 얘기다.
◆위(Wii)는 대표적 고토즈쿠리
일간공업신문은 게임업체 닌텐도의 '위(Wii)'를 고토즈쿠리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복잡한 기능은 모두 빼버리고 간단한 리모컨 조작과 동작인식만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 성공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고객층을 넓히는 것이 개발 컨셉트였다"고 말했다.
파나소닉이 신흥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전구도 그런 사례다. 파나소닉은 이 제품 개발에 모노즈쿠리의 핵심인 '획기적 기술 혁신'은 적용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절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오직 전기가 적게 드는 기술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기존 백열전구에 비해 전력 소비량이 20%에 불과한 싼 절전형 전구를 내놨다. 이 제품은 성공을 거뒀다. 지금은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남미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파나소닉은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별도의 가전 브랜드 '알로와(ALOWA)'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를 동시에 사용해도 600W의 전력만을 소비하는 초절전형 가전 브랜드란 점을 앞세우고 있다. 인도에서는 소리를 크게 키워놓고 TV를 보는 것을 즐기는 인도인들의 특성을 감안해 별도의 고출력 스피커를 붙인 LCD TV도 개발해 판매 중이다.
최근 일본 전자업체들이 대만 업체에 외주 생산을 주거나 중국 등 해외 생산을 늘리는 것도 전략 수정의 결과라는 평가다. 고도의 기술력과 신뢰의 상징인 '메이드 인 재팬'을 포기하는 대신 신흥국 고객들이 원하는 가격대의 제품을 만들어 팔겠다는 것이다.
◆고객 무시한 모노즈쿠리는 안돼
일본 기업들은 1980년대 이후 높은 기술력을 갖춘 제품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장악했다. 그 기반은 혼신의 힘을 다해 품질이 뛰어나난 제품을 만드는 '모노즈쿠리'의 전통에 있었다. 일본 제조업체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품질과 기능만 뛰어나면 가격은 비싸도 괜찮다는 식으로 제품을 만들어왔다"며 "고객을 무시한 제품을 만든 결과 한국 기업에 시장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을 이긴 것은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과 수요를 분석해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LG전자가 중동에서 이슬람 성전인 코란을 읽어주는 TV를 판매해 히트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일간공업신문은 "20세기는 공급자 중심의 시대였지만 21세기는 수요자 중심의 시대"라며 "고객이 원하는 기능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을 뜻하는 고토즈쿠리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흥시장 고객들의 구매능력을 감안해 실용적이며 핵심 기능만 갖춘 중저가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대신 소비자들의 수요(needs)와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기획해 판매하는 '고토즈쿠리(事作り)'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좋은 제품'보다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다는 얘기다.
◆위(Wii)는 대표적 고토즈쿠리
일간공업신문은 게임업체 닌텐도의 '위(Wii)'를 고토즈쿠리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복잡한 기능은 모두 빼버리고 간단한 리모컨 조작과 동작인식만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 성공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고객층을 넓히는 것이 개발 컨셉트였다"고 말했다.
파나소닉이 신흥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전구도 그런 사례다. 파나소닉은 이 제품 개발에 모노즈쿠리의 핵심인 '획기적 기술 혁신'은 적용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절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오직 전기가 적게 드는 기술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기존 백열전구에 비해 전력 소비량이 20%에 불과한 싼 절전형 전구를 내놨다. 이 제품은 성공을 거뒀다. 지금은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남미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파나소닉은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별도의 가전 브랜드 '알로와(ALOWA)'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를 동시에 사용해도 600W의 전력만을 소비하는 초절전형 가전 브랜드란 점을 앞세우고 있다. 인도에서는 소리를 크게 키워놓고 TV를 보는 것을 즐기는 인도인들의 특성을 감안해 별도의 고출력 스피커를 붙인 LCD TV도 개발해 판매 중이다.
최근 일본 전자업체들이 대만 업체에 외주 생산을 주거나 중국 등 해외 생산을 늘리는 것도 전략 수정의 결과라는 평가다. 고도의 기술력과 신뢰의 상징인 '메이드 인 재팬'을 포기하는 대신 신흥국 고객들이 원하는 가격대의 제품을 만들어 팔겠다는 것이다.
◆고객 무시한 모노즈쿠리는 안돼
일본 기업들은 1980년대 이후 높은 기술력을 갖춘 제품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장악했다. 그 기반은 혼신의 힘을 다해 품질이 뛰어나난 제품을 만드는 '모노즈쿠리'의 전통에 있었다. 일본 제조업체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품질과 기능만 뛰어나면 가격은 비싸도 괜찮다는 식으로 제품을 만들어왔다"며 "고객을 무시한 제품을 만든 결과 한국 기업에 시장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을 이긴 것은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과 수요를 분석해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LG전자가 중동에서 이슬람 성전인 코란을 읽어주는 TV를 판매해 히트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일간공업신문은 "20세기는 공급자 중심의 시대였지만 21세기는 수요자 중심의 시대"라며 "고객이 원하는 기능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을 뜻하는 고토즈쿠리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흥시장 고객들의 구매능력을 감안해 실용적이며 핵심 기능만 갖춘 중저가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