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대 세탁 전쟁' 삼성·LG '테크 오리진'알아보니…"언니손 vs 엄마손"
삼성전자 "클렌징폼이 버블샷의 시초."
LG전자 "어머니 손빨래 기술이 접목됐죠."

3D TV시장을 두고 혈전을 펼친 '가전 맞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에는 국내 드럼세탁기 시장으로 전선을 옮기고 있다.

세탁기 시장에서의 대결 주제는 '10분대 세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 삼성전자가 19분만에 셔츠 5장 분량인 1kg을 세탁할 수 있는 19㎏ 짜리 버블샷 드럼세탁기를 내놓자 한달 보름 뒤인 지난 5일 LG전자는 17분 만에 같은 용량을 세탁하는 트롬 신제품을 출시해 맞불을 놓았다.

양사의 드럼 세탁기 신제품은 기존 가장 빠른 세탁시간으로 꼽히던 LG전자 빠른드럼 세탁기의 '29분'을 거의 10분 이상 줄여 그동안 '마의 벽'으로 꼽히던 20분대를 깨고 '10분대 세탁'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양사가 드럼 세탁기에 채택하고 있는 '오리진 테크'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드럼세탁기에 채용된 원조 기술은 무엇일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2008년 당시 책임연구원이었던 김현숙 수석연구원이 화장을 지울 때 사용하는 클렌징폼에서 착안해 '버블 워터샷' 기술 개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버블 워터샷은 아래에선 버블(거품)이 나오고 위에선 워터샷(물대포)이 분사되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 개발팀은 거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클렌징폼이 얼굴을 더 깨끗하게 씻어낸다는 이 아이디어를 세탁기에 접목해 구체화했다.

그 결과 세제에서 더 많은 거품이 발생되면 입자가 미세해지고 이것은 세탁물에 더 빠르고 많이 스며들어 보다 빠른 세탁을 돕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계기로 2008년 드럼세탁기에 '버블샷 엔진'을 도입하며 기존 2시간대의 긴 세탁 시간을 1시간으로 줄였다.

1년 뒤에는 버블이 나오는 속도와 양 조절 기능 등을 개선해 55분으로, 지난해에는 54분으로 감소시켰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물대포를 쏘는 워터샷 기능을 더해 찌든 때가 더 빨리 빠지게 하면서 5분을 줄인 49분 세탁(표준 세탁시, 세탁물 3분의1 기준)을 구현해냈다.

특히 이번에는 이 같은 기술들에 세탁물의 양을 1kg로 조절하는 개념을 도입해 10분대 세탁을 실현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0분대 세탁 전쟁' 삼성·LG '테크 오리진'알아보니…"언니손 vs 엄마손"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2분이 빠른 17분대 세탁시간 구현을 가능케 한 원조 기술로 '어머니 손빨래'를 꼽았다.

LG전자 관계자는 "1999년 개발한 다이렉트 드라이브(DD) 모터 기술의 강력한 제어능력으로 6모션 기능을 가능케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빠르고 깨끗한 세탁을 구현한다"면서 "6모션 기능은 우리 어머니들이 손빨래를 할 때 두드리고 비비고 주무르고 짜는 등 6가지 방식을 쓰는 데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LG전자 드럼세탁기는 세탁물을 한번 돌린 뒤 용량을 인지하고 급수량과 세탁 코스를 최적화한 뒤 DD모터가 좌우로 오가면서 강하게 제어해 6모션을 구동, 더욱 빠르고 깨끗하게 세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DD 모터의 제어 기술을 지속 개발해오며 2007년까지 50분대였던 세탁 시간을 2008년에는 29분대로 줄였다. 또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09년에 6모션 기능을 적용한 뒤 업그레이드 작업을 통해 이번에 17분대 세탁 시간을 선보이게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세계 시장의 경우 금액과 수량 기준 모두 1위다"라며 "국내에서도 1위를 지켜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해 금액 기준으로 LG전자를 처음 꺾은 삼성전자 측도 "수량으로도 1위를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수량 기준으로는 LG전자가 48.4%로 삼성전자(46.7%)를 제치고 1위다. 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48.2%)가 47.7%의 점유율을 올린 LG전자를 앞섰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