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배추 대란으로 시작된 물가 불안이 올해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긴 장마와 폭우로 농산물 공급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식탁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가중치는 8.8%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변동성이 워낙 큰데다 서민 생계와 직결되는 장바구니 물가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년 물가 불안은 농산물이 발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0월 4.1%로 뛰었을 때 배추와 무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무려 275.7%와 261.5% 급등했다. 파(145.5%) · 토마토(114.4%) · 마늘(102.5%) 등도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작년 10월 여러 물가 상승 요인 중 농축수산물이 절반을 차지했을 만큼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이후에도 배추 가격은 평년에 비해 140~180% 높게 형성됐다. 가격 강세 현상은 지난 3월까지 지속되다가 4월 이후 평년가격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가을 한 포기에 1만원을 넘나들었던 배추 소매가격은 최근 7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공공요금 불안과 겹칠 가능성

문제는 이번 집중호우로 배추 등 채소값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채소발 물가 불안이 가시화되면 폭발력은 지난해보다 더 클 수 있다.

공공서비스 가중치는 16.3%,개인서비스는 34.4%로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집세(9.8%)까지 포함한 서비스의 물가 가중치는 60%를 넘어 농산물이나 석유류 제품보다 영향력이 훨씬 크다.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농산물 가격 급등은 '마른 들판에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전기요금과 시내버스 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이 8,9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ℓ당 100원 할인이 끝난 기름값은 정부의 억제 조치로 당장은 오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유사들이 출고가격을 점차 인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아직 집계되지 않아 물가에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향후 농산물 피해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물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