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연일 쏟아지면서 채소값이 치솟고 있다. 장기간 저장이 어려운 상추 등 경엽 채소류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다. 시금치 상추 호박 등은 최근 한 달 새 최고 3배 가까이 뛰었다. 채소값 급등세가 이어질 것인지는 장마가 끝난 다음에 찾아올 무더위가 어느 정도일지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시금치 · 상추 한 달 새 3배 뛰어

집중 호우를 동반한 이번 장마로 가격이 급등한 품목은 주로 저장성이 떨어지는 경엽 채소들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11일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조사한 상추(적엽) 4㎏은 3만2400원으로 한 달 전(9475원)에 비해 3배 이상 올랐다. 이상 기후로 가격이 높았던 작년 이맘때(1만5834원)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시금치 4㎏ 도매가도 3만2400원으로 한 달 전(1만1900원)에 비해 172.2% 뛰었다.

한 달 전 1만3500원 수준이던 호박(주키니 품종) 10㎏은 86% 비싼 2만5200원에 거래됐다. 핵심 채소 상품인 배추와 무 값도 최근 크게 상승했다.

경매가격 상승폭은 더 컸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가락시장에서 이날 거래된 시금치 4㎏ 경락가격은 2만5159원으로 한 달 전 8162원의 3배를 넘어섰다. 상추 4㎏ 경락가격은 3만2675원으로 한 달 전(7404원)의 4배에 달했다.

대형마트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적상추는 1봉지에 1200원으로 한 주 전에 비해 22.4%,시금치는 1단에 1900원으로 35.7% 올랐다. 다다기오이는 개당 750원으로 50.0%,애호박도 개당 1900원으로 18.8% 뛰었다.

◆'장마 뒤 무더위' 여부가 채소값 좌우

최근 채소값 상승은 폭우로 인해 산지 출하작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강호성 농협 채소팀장은 "비가 웬만큼 내려도 물이 잘 빠지는 밭에서 자라는 채소는 상품성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장마가 끝난 뒤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게 되면 채소값이 더 치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원래 채소류는 더위에 약한 작물"이라며 "장마 이후 습해진 날씨에 더위까지 이어진다면 상품성에 문제가 생기고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작년 배추값이 급등했던 것도 계속된 무더위로 배추 속이 녹아내리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과일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세

장마에도 불구하고 과일값은 변동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철 과일인 수박은 이날 한 통 도매가격이 1만4400원으로 한 달 전(1만5925원)에 비해 오히려 싸졌다. 작년 이맘때와 비슷한 가격이다. 참외 15㎏ 도매가격도 4만2800원으로,한 달 전(5만3300원)보다 크게 내려갔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최근 채소 반입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 반해 과일 반입량은 종전과 큰 변화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마로 인해 과일 소비량이 줄어든 것이 가격 하락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수박 1통 판매가격은 8~9㎏ 기준으로 1만3500~1만6500원으로 지난주와 같았다. 김석원 롯데마트 수박 바이어는 "수박 산지 일부가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당도 하락에 따른 수요도 감소해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추석 과일인 배와 사과도 아직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이충모 홈플러스 과일팀장은 "이번 비는 강한 바람을 동반하지 않아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 상황은 없다"며 "다만 지금 한참 자라야 할 충남권과 전북권 배는 생육이 늦어져 수확시기가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철수/송태형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