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날아온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 소식은 우리 국민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세 번째 도전이었기에 정말로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했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그대로 이뤄진 것이다.

온 국민이 함께 이 일의 주인공이었지만 유치 전선에서 직접 작전을 수행한 기업 총수들의 노고가 특히 돋보였다. 세계 곳곳에서 정부,관료,기업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 글로벌 기업은 정부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었고 이런 플러스 알파(+α)가 우리 팀과 경쟁국이 보였던 작지만 큰 차이였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마다 우리 기업들에 협력을 요청해 왔으며 기업은 한 번도 '노'라고 거절한 적이 없었다.

외국의 경우 기업이 나서서 올림픽을 유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러시아 소치가 개최지로 결정됐던 4년 전과 이번을 보더라도 외국 기업들은 국가적 대사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외국의 전문경영인은 매년 주주의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에 직접적인 성과를 주는 행동 외에는 관심이 없다. 반면 유치전에 나선 한국의 기업 총수들은 이번에 자기의 일을 제쳐 놓은 채 지구를 30바퀴나 돌았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재벌기업이 기업경영 외에도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창업자들이 재단을 만들어 부(富)를 사회에 환원하는 반면 한국의 기업 총수들은 자신의 기업 조직을 직접 활용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모양은 다르지만 각각 자신의 강점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요즈음 재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만연한 것 같다. 더구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유 없이 비난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다. 경영학적,법적으로 기업의 의무는 이익을 내서 종업원과 주주의 복지를 추구하며,세금을 통해 국가에 기여하고,공정거래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초적인 합의 사항을 제외하고는 기업의 이익추구 행위와 관련된 사회적 합의는 없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동네 치킨집과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소상인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하지 말아야 하지만 '소비자에게 저렴한 먹거리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는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많은 비난의 대상이 되는 활동은 가치관의 대결로 귀결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런 맹목적인 '대기업 때리기'가 사회 분위기,정치적 의도,괘씸죄와 같은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 이유로 행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도 비난 받아 마땅할 행동을 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하도급 거래에서 그런 현상이 많이 생기는데 협상력 우위에 있는 기업이 '힘의 논리'로 모든 거래 조건을 풀어나갈 때 사회의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에서도 '경제 논리'가 '힘의 논리'로 대체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해당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악명이 따라붙는다. 그러므로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압력에 대해 대기업은 좀더 귀를 기울이고 사회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반면에 우리 사회도 재벌기업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지양하자.재벌기업의 부도덕성을 외치면서도 자신의 자녀는 재벌기업에 취직하기를 바라고 있으며,재벌기업의 애로사항은 들어주지 않으면서 국가 대사가 있을 때마다 재벌 총수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더반의 승리에서 보듯이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할 때 우리는 국제 사회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하며 이 같은 노력이 경제법을 초월하는 거래 문화 창달에 기여할 것이다. 이런 합의점이 더 확실해질 때 재벌기업도 좀 더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주우진 < 서울대 경영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