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자료를 바탕으로 투자를 권유했는데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오히려 화를 내더군요. "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 '반포 저층주택 투자 주의보' 기사(본지 4일자 A25면)를 뒤늦게 접한 이모씨는 "이 지역 땅을 알선해 준 중개업소에 항의하다가 봉변을 당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사 내용은 반포 개발계획인 '컴팩트시티'가 무산됐음에도 지분쪼개기 업자들이 3.3㎡당 5000만~7000만원씩 받고 다세대주택 등을 분양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개발계획을 믿고 지분 3.3㎡당 5000만원에 총 2억5000만원을 투자키로 하고 계약금 2500만원과 1차 중도금 3000만원을 치른 상태였다. 기사를 읽은 그는 분양을 대행한 중개업소를 찾아 계약을 파기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낸 돈은 절대 못 돌려준다"며 화를 냈다. 서초구청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2010 주요 업무계획'을 토대로 투자설명을 한 만큼 자신의 잘못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중개업소 관계자의 태도에 말문이 막힌 이씨는 구청에 도움을 청했다. 구청이 정말 그런 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서초구청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자료에 대해 물었지만,담당 직원은 해당 부서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른다고만 했다.

'2010 주요 업무계획'은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초구청 홈페이지 '주요 시책'란에 올려져 있었다. 지금도 전자책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문제의 '반포권역 컴팩트도시 개발'은 자료 23쪽에 나와 있다. 위치와 추진 일정이 명시돼 있고 개발 후 조감도까지 포함됐다. 사업기간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라고 표기돼 있다. "구청 자료인데 뭘 잘못했느냐"는 중개업자들의 주장은 틀린 게 없는 셈이다.

구청에 컴팩트도시 계획이 폐지됐는지를 물었다. "검토만 했을 뿐 시행한 적이 없어 폐지란 표현이 적절치 않다. 현재 여건상 개발은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발계획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엄청난 투자자금이 오간다. 그럼에도 서초구청은 시행 가능성 없는 계획을 홈페이지 주요 시책에 1년가량 올려 놓았다. 컴팩트도시 무산에 따른 투자자 피해의 상당 부분은 안일한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서초구청이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박한신 건설부동산부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