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폼나는 1인자' 보다 '치받는 2인자'가 더 행복?
1인자와 2인자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모든 걸 차지하는 1인자가 행복할까,아니면 권력이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는 2인자가 더 행복할까. 권력자들의 행복론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1인자가 2인자보다 더 행복할 것이란 선입견은 항상 옳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로렌스 게스퀴르 프린스턴대 진화생물학 교수팀은 케냐의 야생에서 서식하는 5개의 비비 원숭이 무리를 9년 동안 관찰한 결과,원숭이들은 서열이 올라갈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았지만 우두머리 원숭이는 서열이 가장 낮은 원숭이와 비슷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됐고,뉴욕타임스가 14일 이를 인용해 1,2인자의 행복론을 보도했다.

게스퀴르 교수팀은 두목 원숭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2인자의 도전에 맞서야 하고 수많은 자신의 암컷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비해 2인자 원숭이는 교미 횟수는 두목 원숭이보다 적을지 몰라도 스트레스는 우두머리보다 휠씬 덜 받으면서 무리 내 다른 어떤 원숭이들보다 많은 교미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사폴스키 스탠퍼드대 신경생리학과 교수는 "인상적이면서 놀랍다"며 "이번 연구로 두목 원숭이와 2인자 원숭이가 서로 다른 생리학적 경험을 겪게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로버트 세이파스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도 "정상에 있는 수컷은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인간 사회에 그대로 대입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인간사회에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당내 2인자였다가 지난 4일 전당대회에서 1인자가 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 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2인자를 할 때는 치받기만 해서 스트레스가 없었는데 1인자가 돼 치받히니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털어놨다. 검사시절부터 검찰총장 옷을 벗기는 등 치받는 재미로 살았는데 당 대표가 되니 2인자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것.

'영원한 2인자'인 김종필 전 총리는 2인자의 매력을 인생 속에서 즐기며 산 케이스다. 그는 박정희 정권과 김대중 정권에서 국무총리를,박정희 정권과 김영삼 정권에서 집권 여당의 대표를 지낸 영원한 '2인자'였지만 1인자와 경쟁하기보다는 참모형으로 처신하면서 인생을 즐겼다는 평가다.

박수진/정성택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