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맞은 미국 연방정부의 다음달 3일 곳간 사정은 심각하다. 정부와 의회 간 협상 타결로 다음달 2일까지 정부 부채한도가 증액되지 않으면 다음날 당장 200억달러가 모자라 부도 사태를 맞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음달 3일 연방정부가 운용할 수 있는 현금은 12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17일 보도했다. 이날 국내외에 지급해야 할 총 채무액 320억달러에서 200억달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포함해 다음달 말까지 예정된 채무액도 모두 3062억달러지만 1350억달러가 모자란다.

미국의 법정 부채한도(14조2940억달러)는 지난 5월16일 이미 소진돼 재무부가 비상금 2320억달러를 투입해 디폴트를 막아놓은 상태다. 미국 부채(국채) 가운데 32%인 4조5000억달러는 외국의 정부와 기업,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3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디폴트시 정부의 비상 재정운용 방안을 공개했다. 군인 급여와 퇴직연금,실업수당 지급을 중단하고 세수를 통해 확보되는 자금으로 국채 원리금을 최우선적으로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에 채무 상한선을 없앨 것을 제안했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의회가 정부 채무 한도를 정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여서 정부가 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상한선 폐지 방안을 언급했다. 미국은 의회가 주기적으로 채무 한도를 높이지만 이 채무한도는 의회가 승인한 지출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채무억제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스티븐 헤스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불확실성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전환하면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칠레처럼 채무 한도를 의회가 제한하지 않고 재정 규칙 등을 통해 억제하거나 정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유럽식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