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매각은 잘 마무리됐습니다. 좋은 회사니까….(구조조정이) 이제 거의 다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열심히 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대한통운 매각에 이은 추가 구조조정 작업까지 조속히 매듭지어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파는' 구조조정 마무리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14.61% 중 10%)과 서울고속버스터미날㈜ 지분(38.74%),고속사업부,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홍콩유한공사 등을 묶어 한꺼번에 팔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건설경기 침체와 조 단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회생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일부 자산을 개별 매각하면 인수자 측에선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이번 '패키지 딜'에 포함된 금호산업 자산 중에는 금호가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 2009년 말 이전부터 자금 확보를 위해 개별 매각을 검토해온 것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금호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회복세에 접어든 아시아나항공 금호석유화학 금호타이어 등과 달리 금호산업의 회생 속도가 늦어져 자산 일괄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호와 채권단은 패키지 자산 매각 작업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가격과 조건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산을 일괄 인수하는 재무적 투자자(FI) 측에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매각 성사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 털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

금호는 2009년 말 대우건설 공개 매각에 실패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다. 결국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키로 했다. 풋백옵션 상환 책임을 지고 있는 금호산업과 재무구조가 악화된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추진,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09년 말 금호렌터카를 KT-MBK 컨소시엄에 팔았다. 작년엔 금호생명과 대우건설을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에 넘겼다. 이어 올해 대한통운을 공개 매각했다.

대한통운 매각이 매듭지어지면서 금호 구조조정 작업도 탄력이 붙었다. CJ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대한통운 지분을 인수하면서 금호는 1조원가량을 확보했다. 이 돈을 대한통운에서 다시 사들인 금호터미널 등 3개 기업 인수와 차입금 상환 등에 쓸 예정이다.

금호산업 자산 일괄 매각까지 성사되면 1조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대금은 대부분 금호산업 구조조정과 사업 내실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3년에 걸친 금호의 구조조정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금호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지분 매각에 이어 금호산업 자산을 일괄 매각하면 큰 줄기의 구조조정은 일단락될 것"이라며 "계열사 실적만 개선된다면 그룹 회생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