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수시인사…'임시직원'은 5분 대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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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임원들의 '추운 여름'
삼성 "실적 안좋은 계열사 타깃" 소문 무성
현대차·LG·SK도 편치않은 휴가시즌
삼성 "실적 안좋은 계열사 타깃" 소문 무성
현대차·LG·SK도 편치않은 휴가시즌
"폭염이니 열대야니 하는 것은 한가한 사람 얘기죠.올핸 여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휴가 얘기는 꺼내지 마세요. "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 임원들이 '추운' 여름을 맞고 있다. 마음 편하게 휴가를 즐기는 일은 진작에 포기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요즘 같아선 형식적으로라도 휴가를 가야 할지,말아야 할지조차 애매하다는 푸념이 넘쳐난다. 휴가를 가자니 '만사태평'이라는 말이 나올 것 같고,안 가자니 "자리가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수군덕거림에 시달릴까 두려워서다.
◆삼성 임원들 '방콕'휴가 모드
올여름 삼성그룹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묘한 정적에 휩싸여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8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귀국하면서 "(인사는)수시로 하는 거니까 언제 있다 없다 얘기할 수 없다"고 언급하자 임원들은 거의 '패닉'상태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실적이 부진한 LCD사업부 사장을 전격 교체한 충격적인 '수시' 인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대세가 됐다.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나 사업부 경영진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 때문에 휴가 시즌이 다가왔지만 누구도 선뜻 쉬겠다는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초 삼성테크윈 감사를 계기로 이 회장이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고 질책하고 테크윈 경영진을 교체하며 시작한 '위기 경영'의 끝이 어디일지 탐문하는 임원들이 넘쳐난다.
한 임원은 "언제 누가 인사조치될지 알 수 없다는 위기감이 그룹 전체에 팽배한데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임원은 "휴가를 안 가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지 않겠느냐"며 "5분 대기조 비슷하게,언제든 출근이 가능하도록 집 근처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시 인사 남의 일 아니다"
연말 정기 인사철도 아닌데 임원들이 두려움에 떠는 곳은 삼성뿐이 아니다. 현대차와 LG,SK 임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재계에서는 비교적 현대차에서 잦았던 '수시' 인사가 삼성 LG 등 주요 그룹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임시 직원(임원)들만 답답하게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LG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중국지역대표를 전격 교체한 뒤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LG전자 회생을 위한 구원투수로 지난해 10월 투입된 '구본준발(發)' 조직 재편의 시작이라는 관측도 많다. LG화학을 제외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다른 계열사 임원급 교체에 대한 소문도 곧잘 떠돈다. LG 관계자는 "휴가를 가야겠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SK 임원들은 지난 4월 SK텔레콤 임원 7명이 한꺼번에 바뀐 뒤 마음이 편치 않다. 내부적으로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이 끝나면 대대적인 쇄신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룹 관계자는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하지만,지난해 말 개편한 조직을 다시 재정비할 필요성이 커진다"면서 "인수에 실패하면 문책인사가,성공하더라도 후속인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실적이 좋은 현대차그룹 임원들도 KTX의 잦은 고장이라는 돌발 변수와 막 시작한 임단협 때문에 긴장을 늣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자동차 임단협이 무사히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변수가 있어 좋은 실적을 즐길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 임원들이 '추운' 여름을 맞고 있다. 마음 편하게 휴가를 즐기는 일은 진작에 포기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요즘 같아선 형식적으로라도 휴가를 가야 할지,말아야 할지조차 애매하다는 푸념이 넘쳐난다. 휴가를 가자니 '만사태평'이라는 말이 나올 것 같고,안 가자니 "자리가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수군덕거림에 시달릴까 두려워서다.
◆삼성 임원들 '방콕'휴가 모드
올여름 삼성그룹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묘한 정적에 휩싸여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8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귀국하면서 "(인사는)수시로 하는 거니까 언제 있다 없다 얘기할 수 없다"고 언급하자 임원들은 거의 '패닉'상태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실적이 부진한 LCD사업부 사장을 전격 교체한 충격적인 '수시' 인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대세가 됐다.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나 사업부 경영진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 때문에 휴가 시즌이 다가왔지만 누구도 선뜻 쉬겠다는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초 삼성테크윈 감사를 계기로 이 회장이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고 질책하고 테크윈 경영진을 교체하며 시작한 '위기 경영'의 끝이 어디일지 탐문하는 임원들이 넘쳐난다.
한 임원은 "언제 누가 인사조치될지 알 수 없다는 위기감이 그룹 전체에 팽배한데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임원은 "휴가를 안 가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지 않겠느냐"며 "5분 대기조 비슷하게,언제든 출근이 가능하도록 집 근처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시 인사 남의 일 아니다"
연말 정기 인사철도 아닌데 임원들이 두려움에 떠는 곳은 삼성뿐이 아니다. 현대차와 LG,SK 임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재계에서는 비교적 현대차에서 잦았던 '수시' 인사가 삼성 LG 등 주요 그룹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임시 직원(임원)들만 답답하게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LG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중국지역대표를 전격 교체한 뒤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LG전자 회생을 위한 구원투수로 지난해 10월 투입된 '구본준발(發)' 조직 재편의 시작이라는 관측도 많다. LG화학을 제외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다른 계열사 임원급 교체에 대한 소문도 곧잘 떠돈다. LG 관계자는 "휴가를 가야겠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SK 임원들은 지난 4월 SK텔레콤 임원 7명이 한꺼번에 바뀐 뒤 마음이 편치 않다. 내부적으로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이 끝나면 대대적인 쇄신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룹 관계자는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하지만,지난해 말 개편한 조직을 다시 재정비할 필요성이 커진다"면서 "인수에 실패하면 문책인사가,성공하더라도 후속인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실적이 좋은 현대차그룹 임원들도 KTX의 잦은 고장이라는 돌발 변수와 막 시작한 임단협 때문에 긴장을 늣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자동차 임단협이 무사히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변수가 있어 좋은 실적을 즐길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