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직격탄…수출中企 85% "버티기 힘들다"
LCD용 장비를 대만에 수출하는 A사는 지난 상반기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40억원이나 줄었다. 지난해 1분기 평균 1144원이던 원 · 달러 환율이 올해 1분기 말 1090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2분기 말에는 1060원대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7월 들어 다시 1050원대로 낮아지는 등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올 들어 21일까지 원화 환율은 7.1% 하락,유로(7.0%) 엔(3.4%)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A사 관계자는 "달러당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내려가면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원재료값 상승으로 올 들어 납품 단가를 2~3% 올렸더니 바로 매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1050원대 환율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매출이 1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우려한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기업은 수출 시장과 수입처를 다변화해 환율 변동 위험이 적지만 중소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떠안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수출 중소기업 29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율이 수출 마진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에 도달했다'고 답한 기업이 85.1%에 달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중기중앙회는 "수출해 이익을 내기 위한 최소한의 환율 수준은 1118원60전"이라고 전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에 들거나 시중은행의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등 적극적인 환헤지 전략을 세우는 중소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원 · 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는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 근접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원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5~10% 정도 저평가돼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격차가 1%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수준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평균 이하의 경쟁력을 가진 한계기업들은 수출로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원화가 1% 절상되면 수출은 0.24% 줄고 수입은 0.36% 늘어 경상수지가 악화한다"며 "최근 환율이 거의 균형 상태에 이르러 중소 수출기업이 누렸던 고환율 효과는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하헌형/유승호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