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 · 가공 전 우유)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간 신경전이 뜨겁다. 원유값을 24% 이상 올려야 한다는 낙농가의 주장과 6% 정도 인상하는 게 적정하다는 우유업체의 의견이 한 달 넘게 팽팽히 맞서고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치즈 등 유가공제품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24일 한국낙농육우협회와 유가공업계에 따르면 낙농가는 ℓ당 704원인 원유값을 877원으로 173원(24.6%)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농가 단체인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173원이라는 인상 요구 금액은 최근 3년간의 사료비와 인건비 상승분 등을 감안한 최소한의 생산비 증가분"이라며 "물러설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유가공업계는 173원 인상 요구는 지나치다며 ℓ당 41원(5.8%) 올린 745원을 제시했다. 한 우유업체 관계자는 "최근 원유값 인상 시점인 2008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우유 생산비 증감 자료(통계청 조사)를 토대로 인상률을 정하도록 돼 있는데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사료값 인상분까지 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원유값 협상은 한 달 이상 진행됐지만 양측이 강하게 맞서면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원유 수급계획을 총괄하는 기관인 낙농진흥회 이사회 멤버 중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측 인사로 소위원회를 구성,지난 주말까지 다섯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 차이만 재확인했다.

낙농가는 장외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낙농육우인 총궐기대회'를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시민들에게 낙농가의 원유값 인상 필요성을 직접 알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낙농가의 공세에 유가공업계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2004년(인상률 13.0%)과 2008년(20.5%) 원유값 인상 과정을 봤을 때 이번 인상률도 두 자릿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원유값이 큰 폭으로 오르더라도 정부의 전방위적인 물가억제 정책을 감안하면 우유 치즈 등 가공식품 가격을 같은 비율로 올리기가 쉽지 않아 더 걱정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가격 인상에 따른 우유제품 소비 위축도 유가공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원유값 인상률이 10%대 후반에서 결정되면 현재 2200~2300원 선인 1ℓ짜리 흰우유값은 2700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우유업계는 내다봤다. 2008년엔 원유값 상승으로 인해 1ℓ 흰우유값이 1850~1900원 선에서 2200~2300원으로 뛰었다. 치즈 등 다른 유제품 가격도 인상 압박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유가공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단기적으로 소비 위축을 가져오는 건 불가피하다"며 "구제역 후유증이 상당 부분 진정될 내년 하반기 이후엔 우유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돼 장기적으로는 우유가 남아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은 3~5년 단위로 5% 이상의 변동 요인이 있을 때 낙농진흥회가 낙농가와 유가공업계의 의견을 들어 조정하게 된다. 최종 가격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정하도록 돼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