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8시.서울 대치동 일대 아파트에 일제히 전기가 끊겼다. 삼성아파트 960가구,우성아파트 690가구 주민들이 모두 출근이나 등교 준비로 바쁜 와중이었다. 폭우로 지하 수전(受電)설비가 침수됐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와 한국전력 직원뿐 아니라 아파트 주민까지 동원돼 물을 퍼올리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앞서 26일 오후부터 쏟아진 폭우로 서울 · 경기,강원 일대 4만5000여가구에도 전기가 끊겼다. 정전 피해는 특히 서울 서초구,강남구 등 남부권에 있는 저지대 주택과 아파트에서 집중 발생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 일대 2만여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대부분의 수전설비가 지하실에 자리잡고 있어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한전 관계자는 "물이 그나마 빠지는 지역부터 수전설비를 고치고 있지만 대치동 일대는 지하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가장 높은 단계인 적색비상을 걸고 직원 860여명을 투입해 복구에 나섰다.

이 밖에 사직동 스페이스본 아파트도 87가구 모두 정전됐으며 신월 · 화곡,개봉동 등 260가구도 침수로 인해 전기 공급이 끊겼다. 경기도 광주시 경안동,하남시,성남시 일대 117가구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피해가 집중된 곳을 중심으로 직원들을 투입해 침수 주택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전기차단기를 먼저 내릴 것을 안내하고 있다.

가스 누출 사고도 잇따랐다. 서울 우면동 일대 주택가에서 나무가 쓰러지면서 가스계량기를 파손시켜 가스가 새 나오자 대한도시가스 직원들이 나와 밸브를 차단했다. 이로 인해 인근 397가구의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은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