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용도 건물을 빌려 영업활동을 한 경우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차인이 사용한 건물 용도가 상가가 아니더라도 실제 활동이 영업일 때는 임차인의 권리가 법으로 보호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공장 · 사무실 용도 건물 일부를 빌려 영업활동을 해온 임차인 박모씨(48)가 "임대계약이 종료됐으니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건물주 유모씨(45)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보증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빌린 건물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며 "영리 목적으로 건물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임대차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대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인지 여부는 공부상의 표시가 아닌 건물의 현황 · 용도 등에 비춰 영업용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공장 · 창고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영업)이 함께 이뤄진다면 상가건물"이라며 "해당 건물에서 박씨는 제품을 고객들에게 넘기고 수수료를 받는 영업행위를 해왔으므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2003년 H금속 소유로 용도가 공장 · 사무실인 건물 1층 일부를 빌려 도금 작업장으로 사용하는 한편 고객에게서 도금작업 주문을 받고 완성된 제품을 넘기며 영업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2005년 건물주가 유씨로 바뀌자 박씨는 임대 장소를 반환하고 보증금 25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박씨에게 승소 판결했으나 2심은 박씨에게 패소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