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찰음식이 잇달아 유럽에 진출한다. 고기와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사찰음식이 건강식으로 널리 주목받으면서 프랑스,영국 등에서 수도자나 채식주의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식품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4일 "내년 5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갈르리 라파예트 본관에서 한국 사찰음식을 전시 ·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백화점에 입점할 한국 사찰음식점은 30인석 규모로 전채(죽 · 샐러드),주요리(두부 · 감자 · 쌈밥 · 만두),식사(비빔밥 · 나물밥),후식(약초차 · 푸딩 · 아이스크림)의 네 가지 코스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1인당 평균 식사비는 10만원으로 잡고 있으며 한 달 매출은 1억8000만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사찰음식의 파리 진출은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평론가 장 클로드 르베 씨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1968년부터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와 '파리 마치',음식 관련 가이드북 '고미유' 등에 기고해온 르베 씨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평론가로 손꼽히는 원로다.

지난해 12월 전주에서 열린 한국음식축제와 서울 조계사 앞의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을 방문한 그는 한국 불교음식의 세계화 가능성에 주목,주프랑스한국대사관을 통해 프랑스 진출을 권유하는 한편 라파예트백화점 입점에도 힘을 보탰다. 파리에 채식식당이 없는 점,라파예트백화점에서 2009년 아르헨티나 요리,2010년엔 일본 요리를 선보여 성공한 점도 자극제가 됐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는 "지난달 사찰음식 전문가인 대안 스님 등이 파리를 방문해 라파예트백화점 측과 입점을 위한 협의를 마치고 정식 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사찰음식은 물론 한국 불교의 전통문화를 비롯한 한국 문화를 알리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93년에 파리 9구 오스만거리에 문을 연 라파예트백화점은 파리의 '쇼핑 1번지'로 불리는 곳이어서 사찰음식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다음달 27일부터 파리를 방문해 한국문화원에서 사찰음식 시연회와 한국불교문화 체험 리셉션 등을 갖고 한국 사찰음식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다음달 30일을 '유네스코 한국불교의 날'로 정해 유네스코 주재 각국 대사 80여명을 초청해 여는 '생명과 평화를 위한 만찬'은 한국 사찰음식의 맛과 장점은 물론 그 안에 담긴 정신까지 각국 지도층에게 알리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사찰음식 생산 · 유통업체인 ㈜산사애는 자체 상품인 '산사애 연잎밥'의 유럽 수출 길을 텄다. 산사애 연잎밥은 지난 5월 국내 출시 이후 인터넷쇼핑몰과 식자재 납품 등을 통해 월 최고 매출 2억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산사애는 미주 최대 아시안 마트인 에이치(H)마트가 런던 시내 뉴몰든에 낸 유럽1호점에 연잎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최덕주 산사애 대표는 "육식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유럽인들이 늘면서 연잎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며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중미,동남아,아프리카까지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