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ART] 뉴요커도 반한 80년대 맨해튼 예술가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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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 뉴욕 사진전
다큐사진 227점 기획전…中 당국 감금으로 관심 커져
베이징 올림픽 '새 둥지 모양' 메인 경기장 디자인 유명
다큐사진 227점 기획전…中 당국 감금으로 관심 커져
베이징 올림픽 '새 둥지 모양' 메인 경기장 디자인 유명
중국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 · 54)만큼 올 상반기 세계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아티스트도 없다. 개념성이 강한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새 둥지처럼 생긴 메인 스타디움을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의견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고 사회문제에 적극 개입했다. 쓰촨 대지진 때 실종자 7만명의 이름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그는 지난 4월3일 베이징에서 홍콩으로 가려다 공항에서 중국 당국에 붙잡혀 석 달 동안이나 감금당했다.
예술가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중국 정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이 줄지어 나왔다. 곳곳에서 그를 지지하는 행사도 열렸다. 석 달 만인 6월22일 풀려났지만 아직 외부 활동과 언론 접촉은 금지된 상태다. 감금돼 있는 기간에 뉴욕 센트럴파크 남단 분수대 앞에서 그의 대형 조각 '십이지신상'이 전시돼 더욱 화제를 모았다.
지금 뉴욕의 권위 있는 아시아 미술관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는 아이웨이웨이가 젊은 시절 뉴욕에 살 때 찍었던 다큐멘터리 사진 227점을 모은 기획전 '아이웨이웨이-뉴욕 사진 1983~1993'전이 열리고 있다. 외국 미술관에서 아이웨이웨이의 '뉴욕 사진'을 전시하는 것은 처음인 데다 감금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여서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 걸린 작품들은 기록사진이다. 특히 그가 젊은 아티스트로 살았던 198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모습이 생생하다.
맨해튼의 동남쪽을 가리키는 이스트빌리지는 비교적 집세가 싸서 과거에는 슬럼가였지만 1960년대 이후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예술의 거리로 변했다. 1980년대 장 미셸 바스키아,키스 해링 등 젊은 미술작가들이 벽에다 그림을 그리는 대안운동을 했던 곳이 바로 여기다. 하지만 예술가들 덕에 이 지역의 인기가 올라가자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지역 주민들과 개발업자들 사이에 충돌도 잦았다. 경찰과 시위대의 유혈 충돌 사태까지 있었다.
그의 사진은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냉정하게 당시의 상황을 보여준다. 길거리 벤치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뮤지션과 여관방 같은 좁은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들,다듬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예술적 끼를 발휘하는 뉴욕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감옥처럼 답답한 화장실의 변기에 알몸으로 앉아 있는 작가 자신,지하철역에서 'I Have AIDS.Please Help'라고 씌어진 팻말을 들고 서 있는 흑인,이스트빌리지의 상징인 톰킨스퀘어 공원에서 피를 흘리는 시위대의 얼굴 등을 그대로 찍어 놓았다. 시위대가 피를 흘리던 공원을 5년 뒤에 다시 찍은 것도 있다. 시위대와 경찰은 온데간데없고 늘씬한 백인 여성들이 담요를 펴고 누워 소풍을 즐기고 있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의 주변 환경,도시의 빈부문제 등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고 예민한 눈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1983년부터 1993년까지 맨해튼에 사는 10년 동안 사진을 1만장이나 찍으며 그 장소와 시대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록했다. 1993년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란 작가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전위적인 작품으로 곧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민주주의의 중심인 뉴욕에서 삶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피 흘리며 경찰과 싸우는 시민들을 보고,자유분방한 옷차림과 행동으로 길거리를 누비는 젊은이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이 젊은 중국 작가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됐을까. 이 전시를 보면서 이런 생각에 빠지게 된다. 아이웨이웨이의 훗날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시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시는 14일까지 이어진다.
뉴욕=이규현 미술칼럼니스트 artk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