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日 철강재 30% 덤핑 수출"…재고 쌓이자 운송비 싼 한국에 '밀어내기'
일본 철강업체들의 덤핑 공세로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반덤핑 제소를 위한 절차를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日 내수가보다 250달러 낮아

신일본제철 JFE스틸 스미토모금속공업 등 일본 주요 업체들의 일본 내 철강재 내수 가격은 열연강판이 t당 990~1010달러,후판은 1080~1100달러 수준이다. 지난 3월11일 일본 도호쿠 대지진 직전의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최근 들어선 일본 내 내수 가격을 더 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대(對)한국 수출 단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일본산 열연강판과 후판 가격은 각각 t당 720~730달러,830~840달러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는 t당 720,820달러대인 중국산 열연강판,후판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통 일본산 제품은 품질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산보다 t당 100~200달러가량 비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2분기 원료값 상승분을 고려할 때 일본의 대한국 수출 가격은 제조원가 수준"이라며 "반값 떨이 수출로 문제가 불거졌던 2년여 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2009년 초에도 t당 1000달러였던 열연강판 수출 단가를 470달러까지 낮춰 공급하는 등 덤핑 공세를 벌였다. 당시 논란이 일자 3~4개월 후에야 수출 단가를 정상화했다.

◆제조원가로 밀어내

철강업계 "日 철강재 30% 덤핑 수출"…재고 쌓이자 운송비 싼 한국에 '밀어내기'
일본 철강업체들이 철강재를 제조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밀어내는 이유는 일본 내 내수부진으로 재고 물량을 소진해야 하는 속사정 때문이다. 일본의 연간 철강생산량은 1억t가량.이 중 6000만t은 내수시장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4000만t은 해외에서 판매한다. 문제는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는 일본 내수시장에 있다. 올해 일본에선 공급이 열연강판 2600만t,후판은 400만t 이상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 철강사들이 한국으로 철강제품을 원가로 밀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리적 특성상 한국 시장이 운송비가 가장 저렴하다는 것도 한국에 덤핑 물량이 집중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은 지난해 기준 열연강판 400만t,후판 170만t이었다. 올 상반기에도 열연강판 170만t,후판 97만t을 들여왔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조만간 열연강판 및 후판 값을 추가 인하하는 방안까지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수입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 업체는 재고 쌓여 감산까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 판매 부진으로 이달부터 공장 수리 등을 통해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국제강은 원자재인 슬래브(철강 반제품) 재고가 적정 비율을 이미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철강사의 후판 재고 물량은 100만t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제품 유통 가격도 떨어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열연강판,후판 기준 가격은 각각 t당 106만원,111만원이지만 실제 유통시장에선 상당한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열연강판은 t당 90만원 안팎,후판은 10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산 기초 철강재를 사다 쓰는 국내 중소 철강업체들도 수입 가격 하락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열연강판을 수입,재가공하는 국내 2차,3차 철강업체들은 일본산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소재가 싸진다는 것은 수요 업체의 원가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나,중 · 장기적으로는 제품가 인하 압박 등으로 이어져 국내 철강 및 수요 업체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식경제부에 일본 철강업체들을 반덤핑으로 제소하는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