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상업부동산 개발 방식이 분양에서 임대로 바뀌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전문점을 갖춘 복합몰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내 상업부동산 시장은 아파트와 같은 주거 부동산처럼 다수 구분된 소유권을 분양 방식으로 매각해 단기 개발 차익을 올리는 구조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런 분양형 상가는 부동산 투자 열풍에 힘입어 개인의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많은 분양 상가들이 개점 이후 분산된 소유권으로 인해 관리 운영이 부실해지면서 슬럼화했다. 테넌트(임대업체) 유치 실패와 운영력 부재로 영업을 시작하지도 못하는 대형 상가들도 양산됐다.

분양가에 현격히 미달하는 운영 수익으로 상가 분양 시장은 얼어붙었고,상업부동산은 시행사나 시공사들이 가장 회피하는 개발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상업부동산 분양 방식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분양에 따른 소유권 분산은 대형 상업시설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기획과 개발,운영의 비체계화를 가져와 부실화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선진국에서 상업부동산은 주로 장기 운영 수익이 기본 목적인 임대 방식으로 개발된다. 수익을 내는 가장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리츠회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상업부동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상업부동산 개발은 소매업 전문 개발업체(디벨로퍼)가 주도하고 금융,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전략적이며 체계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2만여개,일본에선 3000여개의 다양한 복합몰이 유통업을 주도하며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국내 유통업은 단독 건물 형태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대별된다. 대형마트의 성장은 국내 상업부동산 환경에 힘입은 바 크다. 슈퍼마켓 등 생필품을 대량 판매하는 소매업태 발달이 부진한 데 따른 반사이익으로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은 측면도 있다. 유통 대기업 간 치열한 경쟁도 단기간에 점포 수가 크게 늘어난 배경이다. 대형마트는 직영매장과 함께 다양한 전문점을 도입한 테넌트 몰을 운영하는 쇼핑센터 형태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신규 출점이 힘들어지고 기존 점포의 성장도 둔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화점은 선진국과 반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백화점과 경쟁할 만한 업태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백화점은 소비자 변화에 민감한 전문점들이 출점하는 거의 유일한 상업시설로 독점적이고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백화점은 유통 근대화에 기여해 왔지만 전문점 성장에는 장애 요인이다. 드러그스토어,카테고리킬러,고급 슈퍼마켓,의류전문점,생필품 전문점 등의 시장이 위축된 것은 국내 유통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다.

국내 상업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일시적으로 개발 침체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선진국과 같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해 복합쇼핑몰과 전문점의 성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상업부동산 개발 · 운영 전문기업 육성과 함께 리츠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 제도 확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