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공매도(주식을 빌려 매도) 제한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 들었다. 이번 폭락장의 주범 중 하나로 외국인들의 무차별적인 공매도를 꼽은 셈이다.

헤지펀드 연내 도입을 목표로 속도를 내온 당국이 대표적인 헤지펀드 운용 기법인 공매도를 제한하고 나서면서 여러 추측이 시장에 난무하고 있다.

사실상 헤지펀드 도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될 정도다.

투기세력이 공매도를 통해 국내증시 하락장을 부추켰다는 등식을 금융당국 스스로 인정한 꼴이고, 이는 헤지펀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매파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은 선제적이면서 짧은 제한기간 '3개월'에 있다.

지난 9일 공매도 금지 대책이 발표될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는 30여명의 금융투자업계 사장단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공매도 제한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 구성안'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정책당국이 여의도 증권가(街)보다 한 발 먼저 나서 공매도 제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번 결정은 과거 리먼 사태(2008년) 때와 비교해도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모두 공매도를 제한한 뒤 뒤따라 공매도 제한에 나섰다. 이번에는 지난주 그리스(2개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연내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염두해 두고 공매도 제한 조처를 선제적으로 발표한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도입은 실제 '연내 1호 탄생'이 목표였다. 헤지펀드 관련 공청회가 잇따라 열리던 6월에만 해도 이르면 9월 이후부터 헤지펀드의 탄생이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국내증시가 미국과 유럽발(發) 위기로 폭락장이 연출되자 공매도 제한조치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고, 헤지펀드 연내 도입이라는 대명제를 실현기 위해 오는 11월까지 3개월 한시조치라는 고육지책을 쓰게 됐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매도 제한 기간 '3개월'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해 "공매도는 헤지펀드 운용 기법 중 하나일 뿐"이라며 "공매도 제한 조치가 연장된다 하더라도 국내 헤지펀드 도입에 특별한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공매도가 한국형 헤지펀드의 모든 매매전략은 아니다. 글로벌 매크로 전략, 인수ㆍ합병(M&A) 전략 등 10여가지의 다양한 전략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형 헤지펀드의 도입 초기엔 공매도 전략이 가장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양도소득세 등 높은 과세로 인해 해외자금보다 국내자금 위주로 운용될 가능성이 커 롱숏(Long-Short) 전략이 운용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번 금융당국의 공매도 제한 조처가 연내 도입이 목표인 한국형 헤지펀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