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럼 6만원에 사와 정제 후 16만원에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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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시대 폐유 '황금알' 부상
버려진 車윤활유서 등유 대체기름 뽑아
10년 새 처리업체 6배 늘어…불법도 기승
버려진 車윤활유서 등유 대체기름 뽑아
10년 새 처리업체 6배 늘어…불법도 기승
11일 오후 3시,폐윤활유(폐유) 정제 · 처리업체인 D정유의 경남 김해 제1공장.축구경기장만한 널찍한 공장 앞마당으로 폐유를 가득 실은 5t짜리 탱크로리 12대와 21.6t,14.4t 탱크로리 2대,컨테이너트럭 12대 등 차량 20여대가 줄을 지어 들어섰다.
이곳에서 만난 P 제1공장장은 "10년 전만 해도 처리 업체가 카센터 등에서 돈을 받고 폐유를 수거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요즘엔 등유값도 뛰고 (폐유 처리가) 돈이 된다고 하니까 경쟁업체가 10년 전보다 5~6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한 달 평균 120만ℓ의 폐유를 수거하고 있다.
◆천덕꾸러기에서 귀한 몸으로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폐유'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장마철에 몰래 버려지거나 돈을 주고 소각하던 폐유가 고유가와 정제기술의 발달로 보일러 등유와 중유 · 벙커C유 대체용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2001년께만 해도 정제업체는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돈을 받고 폐유를 수거했다. 요즘은 반대다. '남는 장사'라는 소문에 폐유정제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드럼통(200ℓ) 한 개 분량을 3만~6만원 주고 사온다. 사온 폐유는 정제처리 과정을 거쳐 재판매된다.
재생폐유는 지역 ·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ℓ당 800원(부가세 별도),한 드럼에 16만원대로 작년보다 20%가량 올랐다. 등유 가격의 80~85% 수준이다. 재활용 폐유의 77%는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나오는 자동차 엔진오일이다.
석유재활용협회 관계자는 "폐유를 정제하면 등유 대체용 기름이 대부분이다 보니 등유 시세에 따라 재생폐유 판매가도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엄청 남는 장사 아니냐"고 묻자 P 공장장은 "폐유수거 비용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합하면 판매가의 10~20% 정도 남는다"며 "업체마다 정제 기술에 차이가 있어 수익률은 회사마다 다르다"고 귀띔했다.
◆작년 시장규모 1430억원대
폐유정제 · 처리업체들도 크게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1년 15곳에 불과하던 폐유정제 · 처리업체는 등록된 업체만 전국에 83곳(2009년 기준)이다. 환경부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까지 포함하면 100곳이 훨씬 넘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 업체가 연간 수거하는 폐유량은 2억여ℓ다. 윤활유공업협회에 따르면 폐유 수거량은 2003년 2억3460만ℓ에서 지난해 2억4445만ℓ로 큰 변동이 없다. 정제기술 발달로 재활용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같은 기간 재활용률은 64.3%(1억5093만ℓ)에서 73.1%(1억7875만ℓ)로 증가했다. 작년 재활용 폐유시장은 1430억원대였다. 올해는 1700억원대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소순기 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장은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갈수록 폐유에서 재생윤활유를 뽑아내는 기술이 좋아지고 있어 수익성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폐유값이 뛰다 보니 불법 행위도 늘고 있다. 정제가 불가능한 폐윤활유를 정제업체에 파는 악덕 정비업소도 생겨났다. 정제연료를 절반만 넣고 나머진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휘발성이 강한 용제 등 석유화학 물질을 섞어 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헌형/김우섭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