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6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뒤 오후에 과천 정부청사로 1급 간부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공생발전과 2013년 균형 재정 달성을 뒷받침하는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3년에 균형 재정을 달성한다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 투입을 통한 경제 회복을 완결짓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내년 편성 예산안부터 균형

정부의 중기 재정운용 계획상 균형 재정 달성 시기는 2013~2014년이다. 관리대상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정부 재정)는 2013년 6조2000억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4%로 줄인 뒤 2014년 2조7000억원 흑자(GDP 대비 0.2%)로 전환시킨다는 게 정부 목표다. 재정부는 이 일정을 1년 앞당겨 2013년 흑자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재정부 대변인은 "다음 정부에 건전한 재정을 넘겨줌으로써 향후 위기 재발시에도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큰 변수만 없다면 이 같은 계획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물가 불안이 있긴 하지만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세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결산 결과 관리대상수지는 13조원 적자(GDP 대비 -1.1%)에 그쳐 당초 예상했던 30조1000억원 적자보다 17조원가량 줄었다. 통합재정수지는 16조700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도 관리대상수지는 13조3000억원 적자를 내 지난해 1분기보다 6조2000억원 개선됐다.

◆복지 포퓰리즘 경계

이 대통령은 이날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국가 부도 사태를 낳은 국가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복지 정책을 배제해야만 2013년 균형 재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복지 대상자는 993만9000명에 달했다. 2006년 394만7000명에 비해 151.8% 증가했다. 이 기간 복지 재정은 71조원에서 108조원으로 불어났다. 한번 늘어나면 줄지 않는 경직성 복지 지출이 급증했는데 내년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선심성 복지 정책들이 쏟아진다면 재정 건전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미국 유럽 등 대외 불안의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라며 "정치권의 복지 예산 요구를 어떻게 조절할지가 재정 건전성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