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2주를 보낸 증시가 새로운 한 주를 맞는다. 11개월 만에 1800선이 무너진 코스피지수는 15일 '광복절 휴장'으로 모처럼 나온 대외 호재를 반영하지 못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가 3.26% 급등한 것을 비롯해 대만(2.39%) 일본(1.37%) 등 아시아 증시는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의 공매도 금지,7월 미국의 소매 판매 호전 등의 소식으로 반등했다.

국내 증시는 이번주에도 독일 · 프랑스 정상회담을 비롯해 미국 등 주요국의 경제지표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수급상으로 연일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는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이 진정될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글로벌 이벤트 약 될까,독 될까

이번주 가장 주목을 끄는 행사는 1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긴급 정상회담이다. 회담에서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증액 규모 등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증액 규모는 양국의 재정위기 극복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뉴욕 제조업지수와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 역시 관심이다. 대부분의 지표가 7월 기준인 데 비해 이들 지표는 8월 기준으로 산출돼 주가 급락에 따른 충격을 일부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지표가 크게 악화되진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 수그러들까

주가 향방을 결정할 최대 변수는 외국인 매매 동향이다.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15.93%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842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주가 급락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 9일과 10일 각각 1조원을 넘었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1일과 12일에는 2826억원과 2792억원으로 줄어 강도가 약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과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보고서에서 "외국인이 보유 시가총액의 1.46%를 팔았다"며 "추가 매도 규모는 1조5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는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시장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대외 불안이 진정되지 않는 한 외국인 매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객예탁금 증시 유입될까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고객예탁금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개인 매수세가 주가를 떠받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11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22조1640억원으로 전일보다는 4912억원 감소했지만 9일 이후 사흘 연속 2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고객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돈으로 '주식 매수 대기자금'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고객예탁금이 지수의 하단을 받치는 하방경직성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수는 하락하더라도 개인 투자가 집중되는 종목의 주가는 오르는 '종목별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승호/노경목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