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영전문대학원(MBA)들을 세계 유수 MBA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하려면 정원부터 늘려줘야 합니다. 하버드대 MBA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입학 정원은 800명인데 서울대 MBA는 100명에 불과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엔 한계가 있죠."

최혁 서울대 경영대학장(경영학과 · MBA 학장 겸임 · 사진)은 국내 MB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원부터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학장은 "2006년 한국형 MBA가 출범한 목적은 해외 명문 MBA들과 비슷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기존 경영대학원에서 일부를 떼어 내는 방식으로 정원을 정했기 때문에 군소 MBA들만 난립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도 기존 경영대학원(당시 입학정원 185명)에서 100명을 분리,글로벌 MBA와 SNU MBA 등 2개 과정(50명씩)을 만들었다.

최 학장은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기 어렵다"며 "경영학 자체를 연구하는 석 · 박사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정원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하버드대 같은 명문대부터 '무늬만 MBA'인 곳들까지 학교마다 자유롭게 정원을 구성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MBA는 변호사나 의사처럼 국가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정원을 자율화해도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학장은 국내 MBA들이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기를 희망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발전 모델을 배우려 하는 신흥국 학생들을 더 많이 받아들여 장기적인 파트너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MBA의 강점으로는 해외 명문 MBA와 견줘도 손색없는 교수진을 제시했다. 최 학장은 "59명의 교수진 모두 와튼스쿨,프린스턴,런던비즈니스스쿨 등 최고 수준의 MBA에서 5년 이상 강의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매년 3~7월에는 해외 MBA의 현직 교수들이 방문하는 집중 강의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