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만 반듯하게 지으면 뭐합니까. 좋은 물건 갖다 놓으면 다 팔립니까. 먼저 대구 시민들과 친해져야 합니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대구점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

2008년 12월 어느날.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막 출범한 '대구점 프로젝트팀' 직원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 '토착기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대구에 외지 기업인 현대백화점이 안착하려면 '지역 민심'부터 얻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구시민을 향한 현대백화점의 '러브콜'은 해가 바뀌면서 본격화됐다. 본사 임직원들이 일일이 대구지역 독거노인과 다문화가정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오피스 빌딩으로 재건축될 위기에 처했던 대구YMCA 건물에 대해 '시민들의 뜻대로 보존해달라'며 건물 매입비 25억원을 대구 중구청에 쾌척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지하 6층~지상 10층(주차대수 632대) 규모로 19일 계산동에 공식 오픈한다. 이 회사 임직원들이 '대구 민심 잡기'에 나선 지 1년7개월 만이다. 덕분에 현대 대구점은 점포를 열기도 전에 이미 30만명에 달하는 백화점 카드회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문을 연 경기도 일산 킨텍스점의 오픈 전 회원 수가 20만명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0%나 많다.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은 "정 회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영업은 둘째 문제다. 대구시민들과 친해지는 것부터 챙기라'고 주문한 덕분에 예상보다 많은 예비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18일 밝혔다. 하 사장은 "이들을 기반으로 내년에 연매출 5000억원을 달성해 대구 · 경북지역 1위 백화점으로 올라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이 출점 2년 만에 '지역 넘버1'을 목표로 삼은 것은 어느 정도 대구시민들의 호감을 산 데다 경쟁점을 압도하는 '하드웨어'(좋은 위치,넓은 점포)와 '소프트웨어'(대규모 문화시설,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갖췄다는 점에서다. 현대 대구점은 대구지하철 1,2호선의 유일한 환승역인 '반월당역'과 직접 연결된 데다 점포 바로 앞에는 10차선 달구벌대로가 놓여 있다. 영업면적(5만6100㎡)도 현대 대구 · 경북 최대 규모다. 롯데 대구점(4만2975㎡)이나 대구백화점 프라자점(3만6363㎡)보다 훨씬 크다.

점포도 온 가족이 방문해 먹고,즐기고,쇼핑할 수 있도록 '복합쇼핑몰' 스타일로 꾸몄다. 지하 2~3층에는 CGV영화관(6개관)을 들여놓았고,8층에는 국내 백화점 점포 중 가장 큰 규모의 문화홀(1155㎡ · 600석)을 만들었다.

현대 대구점의 또 다른 차별점은 서울 강남지역 못지않은 '명품' 브랜드들을 대거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프랑스 3대 명품'을 포함해 60여개 브랜드가 들어선다. 이 중 에르메스,티파니,토즈,끌로에 등 15개는 대구 · 경북지역에 첫선을 보이는 브랜드들이다.

대구=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