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 춘 · 소 · 의 · 청 · 팔'.학창 시절 외운 북한강 수계의 댐 이름 첫 글자다. 상류부터 내려오면서 화천,춘천,소양강,의암,청평,팔당이다.

북한강 상류인지라 화천은 물이 풍부한 고장이다. 산 높은 화천의 계곡 곳곳에서 흘러드는 물이 모인 호수(파로호 · 破虜湖)는 호수대로,남쪽으로 흐르는 강은 강대로 절경을 자랑한다.

유난히 비가 많은 올여름,파로호와 북한강에 물안개가 낮게 깔린 풍경은 신비로움마저 자아낸다. 어디 여름뿐이겠는가. 봄은 봄대로,가을은 가을대로 '물의 고장' 화천, 빛날 화(華),내 천(川)인 이름처럼 제 스스로 빛을 낸다.

◆산의 고장,물의 고장

화천군의 총 면적 907㎢ 가운데 산이 86%나 된다. 겨울이면 최전방의 일기예보에 단골로 등장하는 적근산(1073.1m) 대성산(1174m) 백암산(1179.2m) 등 1000m 이상의 준령이 수두룩하다. 나머지도 경작 가능한 땅이면 좋겠지만 논밭은 7%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물의 몫이다.

고봉준령들이 만든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은 화천을 물의 고장으로 이름나게 했다. 화천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화천강이라고도 하는 북한강 상류다. 교통이 불편했던 예전에는 이 물이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물이 화천의 최대 자원이요 자산이다. 여름이면 붕어섬에서 쪽배축제가 열리고,겨울이면 산천어축제가 100만명을 불러들인다. 요트,수상자전거 등 수상 레포츠도 빼놓을 수 없다.

◆자전거로 떠나는 산소 100리길

산과 물이 많은 화천에는 산소발생량도 많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 '산소 100리길'.춘천댐을 만들면서 화천강 한가운데 생긴 붕어섬에서 화천교,대이리,딴산,화천수력발전소,살랑골,위라리,거례리,원천리 통통다리,서오지리연꽃단지,화천읍으로 이어지는 42.2㎞ 구간이다.

붕어섬 입구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북한강을 따라 상류 쪽으로 달린다. 대여소에 신분증과 예치금 5000원을 맡기면 자전거를 보호장비와 함께 빌려준다. 자전거를 반납하면 예치금을 같은 액수의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사실상 공짜다.

강변을 따라 트레킹 코스를 달리는 기분이 시원하다.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강과 산이 어우러진 수려한 풍광에다 강변길,숲속길(1㎞),강상길(1.2㎞) 등이 잇달아 나타나 흥미를 더한다.

그중 백미는 강물에 띄운 상자형 구조물을 길게 연결해 그 위에 나무를 깔아 다리를 만든 강상(江上)길.화천읍 위라리에서 대이리 살랑골 사이에 놓여 있는데 출렁거리고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에 딱 좋은데다 물안개 속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교각은 일본,철골은 러시아,상판은 한국이 세웠다는 꺼먹다리 풍경도 이채롭다. 100리길을 완주하려면 3시간가량 걸리지만 도중에 놓인 다리를 건너 돌아올 수도 있다.

◆분단 아픔 간직한 파로호와 평화의댐

북한강 상류로 계속 거슬러 오르면 파로호를 만난다. 6 · 25 전쟁 당시 '오랑캐(중공군)를 무찌른 호수'라는 뜻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이름을 붙였다. 파로호 선착장에서 물빛누리호를 타면 평화의댐까지 24㎞를 달리면서 다람쥐섬과 오지마을 비수구미 등 파로호의 비경과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4명 이상 모여 500원씩 내면 세계평화의 종을 타종하고 해설사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 여행 팁

붕어섬에서는 수상자전거(2만원),카약(5000원)을 즐길 수 있고,붕어섬에서 화천강 건너편의 피니시타워까지 외줄 와이어를 타고 건너는 '하늘가르기' 체험(1만원)도 독특하다.

파로호의 물빛누리호는 6~10월엔 하루 두 차례(오전 9시30분,오후 2시),나머지 기간에는 한 차례(오후 1시) 운항한다. 운항시간은 편도 1시간 30분가량,운임은 어른 편도 8000원.평화의댐 인근 오토캠핑장도 찾는 이들이 많다. 화천어죽탕(033-442-5544)의 잡고기 어죽탕(6000원),콩사랑(033-442-2114)의 두부보쌈,산채골(033-442-4880)의 쌈밥정식 등이 특미다.

화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