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수학 실력과 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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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나치의 공격을 받은 옛 소련 공군은 민항기를 개조해 전투에 투입했으나 속도가 너무 느려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다. 생각다 못해 수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들은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소련군의 주요 포격 시스템을 새로 짰다. 감탄한 스탈린은 수학자들에게 넉넉한 월급은 물론 집과 차까지 제공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전통은 스탈린 사후에도 이어져 100여만명의 수학자들이 배출됐다. 소련이 국방과 우주 강국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수학의 명징한 논리와 사유 체계는 인류문명의 토대가 됐다. 버트런드 러셀은 "돌 두 개와 양 두 마리에서 2라는 공통점을 알게 됐을 때 문명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나오는 '굽어 있는 시공간'에 대한 방정식 10여개도 수학의 효용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방정식 대신 글로 풀어 설명하려면 두꺼운 책 한 권이 된다고 한다.
수학의 영향력은 자연과학 분야로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IBM은 20세기 수학의 주요 업적으로 촘스키 언어학,레비 스트로스의 문화인류학,괴델의 불확정성 논리 등을 꼽았다. 미 우주개발 예산이 줄어든 1980년대 NASA 출신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이 대거 월스트리트로 진출해 수학을 활용한 파생금융상품과 투자기법을 개발했다. 생명공학,기상예측,컴퓨터 그래픽,인터넷 동영상,정보보안 암호기술 등에도 수학 이론이 응용된다.
미국 학생들의 수학 실력을 한국 학생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 1.3%포인트씩 높아질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이를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하면 연 1조달러씩 늘어나는 셈이란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65개국 중3학생들의 2009년 국제학습성취도평가(PISA)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수학에 능한 학생 비율이 한국은 58%(4위)인 반면 미국은 32%(32위)여서 그 차이를 좁히면 GDP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뿌듯해 할 일 만은 아니다. 우리 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수학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하며 흥미와 자신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반복적인 문제풀이로 단순 성적은 좋지만 관심은 자꾸 떨어진다는 얘기다. 무상급식 논란으로 정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는 방안을 찾는 것이 진짜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수학의 명징한 논리와 사유 체계는 인류문명의 토대가 됐다. 버트런드 러셀은 "돌 두 개와 양 두 마리에서 2라는 공통점을 알게 됐을 때 문명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나오는 '굽어 있는 시공간'에 대한 방정식 10여개도 수학의 효용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방정식 대신 글로 풀어 설명하려면 두꺼운 책 한 권이 된다고 한다.
수학의 영향력은 자연과학 분야로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IBM은 20세기 수학의 주요 업적으로 촘스키 언어학,레비 스트로스의 문화인류학,괴델의 불확정성 논리 등을 꼽았다. 미 우주개발 예산이 줄어든 1980년대 NASA 출신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이 대거 월스트리트로 진출해 수학을 활용한 파생금융상품과 투자기법을 개발했다. 생명공학,기상예측,컴퓨터 그래픽,인터넷 동영상,정보보안 암호기술 등에도 수학 이론이 응용된다.
미국 학생들의 수학 실력을 한국 학생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 1.3%포인트씩 높아질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이를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하면 연 1조달러씩 늘어나는 셈이란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65개국 중3학생들의 2009년 국제학습성취도평가(PISA)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수학에 능한 학생 비율이 한국은 58%(4위)인 반면 미국은 32%(32위)여서 그 차이를 좁히면 GDP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뿌듯해 할 일 만은 아니다. 우리 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수학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하며 흥미와 자신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반복적인 문제풀이로 단순 성적은 좋지만 관심은 자꾸 떨어진다는 얘기다. 무상급식 논란으로 정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는 방안을 찾는 것이 진짜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