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신제품에 삼성 주력 AMOLED 채용
디스플레이 전략 방향 선회 or 시장 떠보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G전자가 새 제품에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키로 해 업계의 궁금증을 사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에 LG디스플레이의 IPS(In-Plane Switching)방식의 액정표시장치(LCD)를 적용했다. 전략모델인 옵티머스 빅, 옵티머스 블랙 등의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적용된 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2에 탑재된 AMLOED 보다 성능적으로 우월하다고 강조해왔다.

때문에 LG전자의 갑작스런 AMOLED 채용은 이례적인 행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 LG전자는AMOLED가 채용된 신제품을 국내용이 아닌 해외수출용으로만 제작해 선보인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전략의 궤도 수정인지 여부도 업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 AMOLED 적용 옵티머스 솔 유럽 시장 출시

LG전자는 22일 AMOLED를 적용한 9.8mm 두께의 스마트폰 옵티머스 솔(모델명: LG-E730)'을 유럽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유럽을 시작으로 내년 초에는 중남미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시말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모델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가 옵티머스 스마트폰 시리즈에 AMOLED를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옵티머스 빅, 옵티머스 블랙 등의 전략 모델에서는 레티나, 노바 등으로 불리는 IPS LCD를 적용, '세계 최고 밝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AMOLED와 차별화를 시키는데 중점을 둬왔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달 21일 실적발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IPS LCD가 해상도와 소비전력, 색적확성 등에서 AMOLED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앞으로 모바일용 AMOLED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이번 제품에서 AMOLED를 채용한 것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갑자기 AMOLED를 스마트폰에 적용한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장 테스트 용도가 아니겠느냐"고 예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피처폰 시절에는 발광다이오드(OLED)를 종종 사용해왔다"면서 "고객의 니즈가 있다면 LCD이건 OLED건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 또한 "스마트폰용 AMOLED에 대한 추가 투자는 하지 않고 있지만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소량을 생산해 공급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솔에 들어간 AMOLED, 삼성은 버린 구식 버전?

LG전자가 최신형 AMOLED를 채용했다면 전략적인 선택이라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LG전자는 업계에서는 이미 '한 물간' 사양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LG전자는 옵티머스 솔에 채용된 AMOLED가 기존 '스탠다드 AMOLED'보다 한 단계 진화된 울트라 AMOLED라고 강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울트라 AMOLED는 디스플레이와 터치 패널을 접합해 화질 손상을 최소화하고 반사율을 향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디스플레이와 터치 패널을 접합한 것은 오히려 한 단계 이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관계자는 "LG전자가 말하는 '기존 AMOLED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디스플레이에 터치 패널을 붙이는 방식은 예전에 쓰이던 것으로 갤럭시S2에 채용된 수퍼AMOLED의 경우 터치센서를 디스플레이에 내장한 방식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SMD는 갤럭시S2에 들어가는 AMOLED를 공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막을 한 단계 덧씌운 것과 이를 걷어낸 것을 비교해보면 화질과 투과율 등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며 "터치센서를 내장한 디스플레이가 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고 두께 또한 더 얇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 역시 이 점을 인정했다. 그는 "터치센서를 내장하는 방식이 좀 더 개선된 버전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