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과 석유제품이 자동차와 반도체를 누르고 수출 1,2위 품목에 올랐다. 지난해 1위에 올랐던 반도체를 비롯해 휴대폰,액정장치 등 대표 수출상품인 IT(정보기술) 제품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관세청이 내놓은 올해 1~7월 품목별 수출 동향에 따르면 선박 수출액은 361억2800만달러(39조원)로 반도체를 제치고 2009년 이후 2년 만에 1위를 되찾았다. 대형 컨테이너선,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올 7월까지 선박 수출액은 작년 연간 수출액(372억달러)에 육박한 규모로,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제품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0% 이상 급증한 295억68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지난 2분기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를 중심으로 4321만배럴을 수출해 역대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일본 지진과 대만 업체의 화재로 아시아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해진 데다 국제 제품가가 오르며 수출액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석유제품은 2008년 고유가 영향으로 선박과 유 · 무선 전화기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었다.

반도체는 292억5100만달러로 3위였으며,자동차(231억2100만달러)와 액정 디바이스(157억330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2000년대 초중반 자동차와 함께 수출 양강 구도를 형성해온 반도체는 D램 가격 하락으로 지난 4월부터 수출액이 급감,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등 액정 디바이스도 2월 -1.4%,4월 -6.7%,6월 -9.1%,7월 -21%로 6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들었다. 2007년 이후 3위 안에 포함됐던 무선통신기기는 올해는 자동차부품(133억4400만달러)에도 뒤진 7위(113억2100만달러)로 밀렸다.

관세청 관계자는 "앞으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돼 전통적인 수출품목의 순위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주 뒤바뀌게 될 것"이라며 "특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IT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성장둔화세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