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 시장의 팽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주요 업체들의 즉석밥 매출이 올 들어 40% 이상 증가했다.

간편식의 주소비층인 1~2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즉석밥 가격이 15년 가까이 오르지 않아 다른 식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생긴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즉석밥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은 올 들어 7월 말까지 자사 즉석밥 브랜드인 '햇반' 매출이 580억원을 기록,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7월 한 달간 매출은 110억원까지 올라가 사상 처음으로 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매출은 115억~120억원 선으로 7월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올해 연간 햇반 매출 목표를 작년(800억원)보다 37.5% 많은 1100억원으로 잡았다. 계획대로 폭표를 달성하면 1996년 햇반을 선보인 이후 15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지금 판매 추세라면 연간 매출 목표 초과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이 회사는 국내 즉석밥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20% 내외인 오뚜기도 올 들어 7월 말까지 즉석밥 매출이 145억원으로 작년 동기(101억원) 대비 43% 이상 늘어났다. 오뚜기 관계자는 "8월 이후에도 '오뚜기밥'의 매출 성장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 연간 즉석밥 매출은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255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매출(185억원)에 비해 37.8% 늘어나는 것이다.

후발 주자인 동원F&B는 흰 쌀밥 중심이던 즉석밥을 올 들어 잡곡밥 위주로 바꾸면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 들어 7개월 동안 '쎈쿡'의 매출이 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며 "건강 컨셉트를 강화해 발아현미밥 혼합곡밥 찰진약밥 등을 잇달아 내놓은 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25% 늘어난 110억원으로 잡았다.

업체들의 매출 증가로 올해 국내 즉석밥 시장 규모는 15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1170억원)에 비해 34.2% 확대된 규모다. 2009년 10.1%,지난해 19.4%를 크게 웃도는 성장률이다.

즉석밥 시장 성장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1~2인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최동재 CJ제일제당 햇반팀장은 "서울지역의 지난해 1인 가구가 10년 전에 비해 70%,2인 가구도 49% 증가하면서 간편식을 선호하는 1~2인 가구가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점이 즉석밥 시장의 1차적인 성장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적인 연구 · 개발과 당일 도정 시스템 등을 통해 집밥을 능가하는 품질을 확보한 것도 인기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햇반이 출시된 1996년의 가격이 지금까지 유지된 것도 판매 증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크게 오른 식탁물가를 감안할 때 즉석밥이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즉석밥 가격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낱개로 살 때는 1200~1300원 선이며,대형마트 등에서 묶음으로 구입할 때는 900원대다. 최 팀장은 "앞으로 4~5년 내 즉석밥 시장 규모가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